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 당일 투표자 수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수정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투표자 수 오입력 등이 발생할 경우 상부에 보고해 승인받아 수정하는 대신 사실상 통계를 조작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 당일 투표자 수 입력 과정에 실수나 오류가 발생했을 경우 대처하는 ‘조작 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이메일로 전파된 해당 지침에는 “투표자 수 오류가 발생해도 수정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투표자 수를 시스템에 잘못 입력한 경우 그 사유를 기재해 시·도 선관위에 보고한 후 승인을 받아 수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매뉴얼과는 정반대의 지침을 내린 것이다.
실제 6·3 지방선거 당일 충북 진천군과 경기 김포·의왕시 등에서 투표자 수를 잘못 입력한 이후 이를 감추기 위해 ‘보고→승인→수정’ 절차 대신 실무진이 통계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이외에도 경기 구리·여주·성남·안산·고양시 등에서도 유사한 통계 조작 의심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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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오류 없으면 다음 시각 가감해 보고” 지침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경기 김포시와 의왕시 이외에도 경기권 전역에서 통계 조작이 발생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계 조작 사실이 드러난 지역 선관위의 경우 투표자 수를 잘못 입력한 경우 그 초과분을 다른 투표소로 분산한 뒤 1시간마다 집계되는 투표자 현황을 축소해 보정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100명의 투표자를 1000명으로 잘못 입력한 경우 초과분 900명을 다른 9개 투표소로 100명씩 분산한 뒤, 실제 해당 9개 투표소에서 100명의 투표가 이뤄질 때까지 기다리는 식이었다. 이같은 대처는 중앙선관위가 보낸 지침 메일 속 “기존 투표자 수 보고 자료에 큰 오류가 없으면 다음 시각 투표자 수를 보고할 때 가감해 보고하는 게 가능하다”고 안내한 내용과 일치하는 방식이다.
중앙선관위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간한 ‘선거 종합관리지침’에선 “선거관리시스템에 입력한 내용은 국민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전임 직원이 철저히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또 “(시스템) 입력 내용에 수정이 필요한 경우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하고, 시도 위원회는 수정 사유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확인해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정작 선거 당일 배포한 ‘가감 보고’ 지침은 이같은 매뉴얼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내용이다.
합수본은 통계 조작 사태와 함께 지방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수사도 확대하고 있다. 합수본은 이날 강남구 선관위 선거담당관을 직무유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전날엔 강남구 선관위 소속 선거1계장이 출석해 조사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