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삼겹살 가격 20% 넘게 올린 주범…유통업체 6곳 기소
중앙일보
2026.08.03 20:32
2026.08.03 20:52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삼겹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돼지고기 가격을 6년여간 수백 차례 담합해 소비자가격을 최소 20% 이상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은 2017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이마트에 납품하는 돼지고기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도드람푸드 등 유통업체 6곳과 임직원 1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다만 가격정보 교환 행위를 처벌하는 공정거래법 조항이 2021년 12월 시행됨에 따라 형사 기소 대상은 법 시행 이후 이뤄진 담합 행위로 한정됐다.
검찰은 앞서 담합 정황을 적발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지난 4월 고발장을 접수한 뒤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해당 기간 이마트에 돼지고기를 공급한 모든 업체가 견적가격을 합의해 결정한 뒤 제출하고, 매주 서로의 견적가격 정보를 교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마트가 담합에 가담한 것으로 지목된 업체들로부터 사들인 돼지고기 구매액은 모두 1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마트는 납품업체 간 가격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2017년 8월부터 업체들이 제출한 견적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자 업체들은 해당 정보를 서로 교환하며 납품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담합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가격에 소액의 차이를 두고 입찰하는 수법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행사나 재고 처분 등 특별한 사정이 생기면 개별적으로 연락해 가격을 조율했다. 2021년 11월부터는 텔레그램에 단체 비밀대화방을 개설해 함께 납품가격을 맞춘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가 담합 의혹과 관련한 현장조사에 나서자 업체 임직원들이 메신저 대화 자료 등 증거를 조직적으로 없앤 정황도 포착됐다.
일부 업체에서는 준법감시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팀 직원이 전산자료 삭제를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를 조사 방해 행위로 판단하고 범행을 주도한 4명을 특정해 기소했다.
검찰은 담합이 실제 대형마트의 돼지고기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담합이 적발된 2023년 11월 이후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2023년 ㎏당 5134원에서 2024년 5239원으로 올랐다. 그런데도 납품 경쟁이 재개되면서 대형마트의 삼겹살 판매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25.5% 하락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담합 적발 전 대형마트의 돼지고기 판매가격이 담합으로 인해 최소 2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앞으로도 경쟁 질서를 훼손해 국가 경제를 교란하는 공정거래사범에 법과 원칙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재홍([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