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름 전직 의원 A는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용산 대통령실 참모로부터였다. 제주도에서 휴양 중이던 A는 급히 비행기를 잡아타고 상경했다. 그리고 용산으로 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를 반갑게 맞았다. (이하 경칭 생략)
"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나누고 조언도 구하고 싶어서 이렇게 모셨습니다. "
대화의 서두는 그의 말대로인 듯했다.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가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대통령의 표정과 발언이 거칠어졌다. 두 달짜리 대통령은 하나의 대상을 강하게 비난하기 시작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었다.
" 민주당이 사사건건 반기만 들고 나서니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민주당 때문에 나라가 끝장날 위기입니다. "
A는 대통령을 달랬다.
" 야당이 원래 그런 것 아닙니까. 총선에서 이기면 됩니다. 반드시 이기십시오. 그런 다음에 나라를 바로잡으시면 됩니다. "
그러나 윤석열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 총선? 지금 총선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
A는 ‘실록 윤석열 시대’ 취재팀과 만나 당시를 회고했다.
" ‘총선에서 반드시 이긴 뒤 나라를 바로잡으시라’고 했더니 ‘총선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면서 흥분하더라고. 총선보다 중요한 게 뭐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이해가 잘 안 됐어. 지금 되짚어보면 그때부터 ‘한방’에 사태를 정리할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
“내가 싸우려는 상대는 말이야”...尹, 주적(主敵)을 명시하다
민주당에 대한 윤석열의 증오심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을 거다. 그러나 윤석열이 처음부터 민주당을 싫어했던 건 아니었다. ‘실록 윤석열 시대 1, 2’에서 짚어본 대로 그는 검찰총장이 될 때만 해도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였다. 물론 ‘조국 수사’를 기점으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민주당 전체를 적대시하진 않았다.
정계 입문 선언 직전이던 2021년 여름,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반문’(반문재인)이라는 말, 안 쓰면 안 되겠어? 내가 무슨 ‘반문 빅텐트’의 구심점인 듯 보도하는데 문재인 대통령 개인을 자꾸 언급하는 건 피하고 싶어. "
2022년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배웅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 부부는 취임식 후 경남 양산 사저로 향했다. 김성룡 기자
그는 그러더니 의외의 화제를 꺼냈다. 민주당 강령이었다.
" 내가 요즘 민주당 강령을 몇 번씩 읽어봤는데… "
잠시 말을 멈춘 그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자유를 너무 홀대하고 거의 기술돼 있는 게 없어. 나는 자유라는 가치를 가장 큰 가치로 생각해. 국정운영의 방점도 자유에 둘 생각이야. "
시장경제 수호와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국정의 대원칙으로 삼겠다는 그의 생각은 민주당 강령에 담긴 가치와는 근본적인 간극이 있다는 인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