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북 구미시 황상동 황상3주공아파트 외벽에 차열페인트가 도색돼 있는 모습. 김정석 기자
“매년 무더위로 고생 많았는데 그래도 페인트 하나 칠했다고 조금 시원해지긴 하데예.”
4일 경북 구미시 황상동 황상3주공아파트단지 놀이터 옆 정자에 앉아 쉬고 있던 한 60대 주민이 아파트 건물을 올려다 보며 말했다. 황상3주공아파트는 총 600세대가 살고 있는 LH 영구임대주택이다. 대다수 주민이 기후위기 대응에 취약한 노약자들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아파트단지였지만, 이곳 아파트 외벽에는 특별한 페인트가 입혀져 있다. 2024년 구미시가 ‘기후위기 취약계층·지역 지원’ 환경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총사업비 4억원을 확보, 황상3주공아파트 10개동 외벽에 친환경 차열(遮熱)페인트를 도색했다. 대단지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차열페인트 도장사업으로는 전국 최초 사례다. 또 설계단계부터 입주민이 직접 참여해 외벽 디자인을 함께 결정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차열페인트는 태양광과 복사열을 반사해 건물 내부로 전달되는 열을 차단하는 기능성 도료다. 고반사 도료를 옥상에 도포해 건축물의 열 축적을 줄이는 방식으로, 폭염 완화와 냉방 에너지 절감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 실증 결과에 따르면 차열페인트 시공 시 옥상 표면온도는 최대 9.2도, 실내 온도는 약 1.8도 낮아진다. 또한 여름철 냉방 에너지 사용량은 최대 40.8%, 평균 26.4% 감소해 냉방비 절감 효과도 확인됐다.
4일 경북 구미시 황상동 황상3주공아파트 외벽에 차열페인트가 도색돼 있는 모습. 김정석 기자
실제 경북도에 따르면 황상3주공아파트단지에 차열페인트를 도색한 결과 외벽 온도는 최소 2.2도에서 최대 15.3도까지 낮아졌고 실내 온도도 1.6도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종철(72)씨는 “페인트를 칠하고 난 뒤 손으로 외벽을 만져봤는데 이전보다 확실히 온도가 낮았다. 실내 온도도 내려간 것 같았다”며 “한여름 무더위 피해를 줄일 수 있어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차열페인트 도장사업 전 주민들을 상대로 진행한 공청회에서 차열페인트의 효과가 5년 정도 유효하다고 했는데 정기적으로 차열페인트를 칠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황명석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지난 3일 주택관리공단 구미황상3관리소에서 무더위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황 부지사는 이 자리에서 “페인트를 칠하고 나서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한 입주민의 얘기를 듣고 사업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보완하고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주택관리공단 구미황상3관리소에서 황명석 경북도 행정부지사가 경북 구미시 황상동 황상3주공아파트 주민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경북도
기후변화 가속화로 폭염과 한파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차열페인트를 활용한 기후대응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 서울시 노원구 공릉1동과 상계2동에 ‘차열페인트(쿨루프) 특화지구’를 조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릉1동과 상계2동은 소규모 노후 다세대·다가구주택이 밀집해 골목 사이 통풍이 원활하지 않고 여름철 실내 온열 취약성이 높은 지역이다. 노원구는 폭염에 취약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에너지 취약계층의 냉방비 부담을 덜기 위해 두 지역을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노후주택 옥상에 차열페인트를 활용해 도색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노원구
구미시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취약한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구미시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폭염과 한파에 대비해 차열페인트를 활용해 취약계층 지원과 냉난방 에너지 절감에 적극 나설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