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형사소송법 국무회의 의결 및 부동산 세제개편 등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보완수사권 폐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4일 야권은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지키기 위한 악법”이라며 여론전에 공을 들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끝내 거부했다”며 “결국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을 통째로 지우기 위해 피해자를 울리는 악법에 서명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독하게 본인만 생각하는 대통령이다. ‘이기적 재명’이 대통령의 이름”이라고 비꼬았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 출신 강선우 의원 불송치, 김병기 의원 늦장 수사를 거론하면서 “지금도 경찰이 권력 앞에서 풀처럼 눕고 있는데 보완수사권마저 폐지되면 민주적 통제는커녕 ‘민주당의 통제’로 귀결될 것이 뻔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공소기각 판결 사유 확대 조항을 언급하지 않은 점에 대해 “결국 재의요구권 포기는 대통령 본인의 공소기각과 민주당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맞교환하는 추악한 거래의 최종 승인이었음을 자백한 것”이라고 했다.
공소기각은 법원이 소송조건의 흠결 등을 이유로 범죄사실의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형사재판을 끝내는 절차다. 형소법 개정안에는 공소기각 판결 조항에 ‘검사의 중대한 위법수사로 공소가 제기된 경우’, ‘검사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 등 2개가 신설됐다. 국민의힘은 이 조항 추가가 이 대통령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국무회의보다 앞서 열린 당 정책위원회 주관 긴급 토론회에선 “국민의 마지막 명령이자 정권 몰락을 막을 마지막 기회를 걷어차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인 김진주씨가 지난 3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한 점도 언급하면서 “국민이 국가를 향해 피해자 편이 되어달라고 절규하는 현실보다 이 악법의 본질을 더 잘 보여주는 게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법조계와 학계 인사들도 개정안이 공포될 경우 피해자 권리구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공소기각 판결 사유 확대로 이 대통령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토론회 발제에 나선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 사건에 대해선 적용하지 못하도록 소급효 배제를 위한 부칙 규정 신설을 통해 특정 사건 관련성 논란과 오해를 차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김진주와 함께 말한다 '보완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린다'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날 오후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김씨와 긴급 간담회를 열고 “(개정안 통과로) 피해자에게 지옥문이 열렸다”고 했다. 한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 한번 이겨보겠다고 전 국민 삶을 근저당 잡은 이 대통령을 국민들이 거부할 것이다”며 “민주당의 검찰 복수심 마케팅과 가스라이팅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 당시 김씨가 경찰에서 조사받는 화면을 공개해 보완수사 폐지가 불러올 부작용을 강조했다. 경찰이 놓친 성폭력 정황을 검찰이 항소심에서 보완수사를 통해 발견했고 피고인 혐의를 강간살인미수로 변경했다. 김씨는 자신의 겪은 일을 회상하면서 “보완수사권은 진실에 다가가는 ‘최후의 절벽’이었다”고 했다.
김씨는 이 대통령을 향해 “자신이 지지한다 아니면 반대한다는 얘기도 하지 않고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본인이 막중한 책임을 지기 싫다는 공무원의 태도”라며 “‘회피형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불쾌했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형사사법 제도의 붕괴를 막아내겠다”며 오는 6일 보완수사 폐지법 긴급 세미나를 열겠다고 밝혔다. 개혁신당은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이 10명 중 6명(59.6%)에 달한 점을 들어 “거부권 불행사는 민심을 외면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약자를 무장해제시키고 강자는 죗값을 치르지 않게 만드는 보완수사권 폐지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을 내세웠던 대통령의 자기부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