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AI 이젠 창작 파트너”…음악 저작권 등록 길 열렸다

중앙일보

2026.08.03 23:44 2026.08.03 23:5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서울 강서구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정문. [사진 음저협]

서울 강서구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정문. [사진 음저협]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음악도 저작권 등록이 가능해졌다. 국내 음악 저작권 등록 및 저작권료 분배를 사실상 일괄하고 있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저작물 등록 기준을 바꾸면서다. AI를 창작의 보조 도구로 인정한 국내 첫 제도적 사례다.

음저협은 4일 “인간이 실질적·주도적으로 창작에 참여한 AI 활용 음악 저작물의 등록을 허용하는 신고·등록 기준을 3일부터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음저협은 AI가 개입된 음악의 등록을 막아왔다. 저작권자가 음원을 등록할 때는 ‘AI가 활용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항목에 체크를 해야 했고 AI가 활용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지급 보류, 저작물 삭제, 저작권료 환수 조치 등을 시행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수노(SUNO) 등 생성형 AI를 활용한 작곡, 편곡, 가창 등이 빠르게 정착되며 이를 관리 체계 안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의 필요성이 커졌다. 싱어송라이터 박새별은 자신의 앨범 작업에 AI를 활용했다는 이유로 음저협 등록이 거부돼 저작권료를 받지 못한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새 기준에 따르면 창작자는 AI를 활용한 영역(작곡/작사/편곡)과 사용한 도구, 활용 방식, 자신이 수행한 창작 과정을 직접 신고하고 이를 보증해야 한다. 녹음·편집·믹싱 등 작업 과정이 담긴 디지털오디오워크스테이션(DAW)·미디(MIDI) 파일이나 악보, 수정 이력, 버전별 음원, 프롬프트 기록 등을 증빙 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
바뀐 저작권 등록 신청서. 작곡, 작사, 편곡에 있어 AI를 활용한 영역을 선택할 수 있는 항목 등이 기재돼있다. [자료 음저협]

바뀐 저작권 등록 신청서. 작곡, 작사, 편곡에 있어 AI를 활용한 영역을 선택할 수 있는 항목 등이 기재돼있다. [자료 음저협]


이번 조치는 AI를 창작의 파트너로 보는 시각이 명문화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 프로 작곡가는 “이미 음악 분야에서는 드라마 OST 등 집중도가 높지 않은 음악들을 중심으로 생성형 AI 활용이 확산돼왔고 기존의 음원 샘플을 구입, 활용하는 작곡 방식 등에 대해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는 만큼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음저협 관계자는 “이미 미국·일본·네덜란드·노르웨이 등에서도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인정되는 부분은 등록·관리 대상으로 포섭한다는 방향의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창작의 방식, 정의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AI 작곡 음원을 꾸준히 공개해 온 배영근 작곡가는 “이제 작곡은 멜로디와 가사를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악적 소재를 조합하고 편집하는 프로듀싱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작곡가의 저변도 훨씬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 등 다른 예술 분야에도 일부 영향이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성훈 한국출판인회의 AI미래전략위원장은 “현재 출판 저작물의 이익은 작가와 출판사의 개인 계약으로 분배되고 있고, 창작 과정 상 인간의 기여를 증빙할 방법도 마땅치 않아 음악계의 방법론을 그대로 적용하긴 힘들다”면서도 “다만 이제는 AI의 활용을 막을 순 없는만큼 문학계에서도 AI 활용 여부를 투명하게 알리자는 취지의 윤리 선언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음저협이 지난 7월 28일 서울 강서구 협회 본부에서 제7차 이사회를 열고 AI 활용 음악저작물 등록 및 관리 기준을 담은 규정·약관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음저협]

음저협이 지난 7월 28일 서울 강서구 협회 본부에서 제7차 이사회를 열고 AI 활용 음악저작물 등록 및 관리 기준을 담은 규정·약관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음저협]

다만 논란의 여지도 남아 있다. AI 관여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치 않아서다. 음저협은 AI에 프롬프트 한두 줄을 입력해 간단히 만든, 이른바 ‘딸깍 작곡’은 저작권 등록이 안 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임희윤 평론가는 “곡마다 AI의 기여도를 다르게 판단한다면 새로운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적으로는 AI의 관여도를 판단할 장치가 없다는 것 역시 허점으로 꼽힌다. 김재국 한국싱어송라이터 협회장은 “각종 자료로 자신의 기여를 증빙하더라도, 이를 저작권자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방식 자체는 과거와 다르지 않다”며 “비교적 쉽게 저작권료 취득이 가능해지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음저협은 “현재 ‘K음악권리단체 상생위원회’ 등과 연계하여 AI 음악 식별 기술(디텍션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도입 시기와 세부 운영 방식은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최민지(choi.minji3)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