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비즈니스석 타고 칸쿤 외유…K리그 시민구단 대표 9명 고발
중앙일보
2026.08.04 00:44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인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이 4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생경제연구소,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 모임 회원들과 '지자체 프로축구단의 칸쿤 휴양 출장' 의혹과 관련해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기간 구단 예산으로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고 멕시코 휴양지 칸쿤 일정을 소화한 프로축구 K리그 시·도민구단 대표자 9명이 업무상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됐다.
민생경제연구소와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 모임’은 4일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 주관으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단체는 출장에 참여한 시·도민구단 대표자 9명을 업무상 배임과 업무상 횡령,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6월 18일부터 26일까지 ‘2026 K리그 아카데미 CEO 과정’이라는 명목으로 21개 구단 대표와 프로연맹 임원 등 25명을 월드컵이 열린 멕시코에 보냈다.
출장에 들어간 비용은 모두 7억1007만원으로, 프로연맹과 각 구단이 절반씩 부담했다.
사전에 확정된 공식 프로그램은 한국 대표팀의 조별리그 3경기 관람뿐이었다. 그러나 실제 일정에는 세계적인 휴양지인 칸쿤에서 2박을 머무르는 일정이 포함됐다.
칸쿤 일정은 구단에 배포된 공문에는 기재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참가자들은 칸쿤에서 오전에 세미나에 참석하고 오후 자유시간에는 유적지 등을 관광했다.
출장에 참여한 21개 구단 가운데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도민구단은 11곳이었다. 이 가운데 9곳의 대표자는 외유성 일정 논란에도 이코노미석이 아닌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프로연맹은 사전에 공문을 통해 이코노미석을 선택하면 약 6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고발된 대표자 9명은 1인당 1592만4000원의 비즈니스석 비용을 각 구단 예산으로 집행했다.
이코노미석 비용은 1인당 999만5000원으로 비즈니스석과의 차액은 592만9000원이다. 대표자 9명의 좌석 차액을 합하면 5300여만원이다.
반면 용인FC 대표자는 고발된 대표자들과 같은 단장급임에도 이코노미석을 이용했다. 수원FC 대표로 참석한 사무국장도 여비 규정상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는 직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코노미석을 선택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사례를 근거로 규정에 맞는 예산 집행이 충분히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시·도민구단 9곳의 비즈니스석 이용과 캉쿤 일정이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법인의 자금을 성실하게 관리해야 할 업무상 의무를 위반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대표자들이 재산상 이익을 얻고 각 구단에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다.
고발장에는 9개 구단의 여비 규정과 결재 기안문 확보, 출장비 재원인 출연금·보조금의 특정, 프로연맹과 행사 대행 여행사 조사를 통한 캉쿤 일정 경위 규명, 부당 집행액 환수 등을 수사 요청 사항으로 담았다.
두 단체는 형사 고발과 별도로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주민감사를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김재원 의원은 “선수와 유소년을 위해 사용할 예산은 부족하다면서 구단 대표들의 비즈니스석과 캉쿤 체류에는 시민 혈세를 아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단순한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공공재산을 사적으로 낭비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정재홍([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