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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버티기 돌입했던 이란, 호르무즈 통제권 눈앞에 두다

중앙일보

2026.08.04 02:18 2026.08.0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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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버티기 전략을 고수하며 미국을 압박하더니 결국 호르무즈해협에서 사실상의 통제권과 통행료를 챙길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면전을 피한 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시간 싸움으로 끌어들인 전략이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이동 상황을 보여주는 선박 추적 사이트 화면. AFP=연합뉴스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이동 상황을 보여주는 선박 추적 사이트 화면. AF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이란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해협의 새 통항 방식을 놓고 합의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가는 선박은 이란이 통제하는 수역을, 빠져나오는 선박은 오만 쪽에 가까운 수역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NYT에 따르면 선박에는 환경 영향 평가와 보안·인력 배치 등에 드는 비용 명목으로 서비스 이용료가 부과되고 수입은 이란과 오만이 절반씩 나누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양국이 새 항로가 표시된 지도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전쟁 전 호르무즈해협에서는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가는 선박과 빠져나오는 선박이 각각 분리된 항로를 이용했다. 선박 충돌을 막기 위한 국제 통항분리제도(TSS)로 진입로와 출항로 대부분은 오만 영해에 자리했다.

그러나 전쟁 뒤 기뢰 위험으로 기존 항로를 이용하기 어려워지자 이란은 북쪽, 오만은 남쪽의 임시항로를 각각 관리해왔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건 페르시아만을 드나드는 선박이 모두 이용할 새 공동항로다. 바가이 대변인은 “2~3개 분리된 항로가 아니라 양방향 통항이 가능한 단일 항로를 오만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4일 협상에 참여 중인 이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가는 선박의 통제권뿐 아니라 빠져나오는 선박의 감시권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출항 선박도 이란에 사전 통보한 뒤 오만을 통해 출항 허가를 받는 방식이다. 소식통은 이란이 이 입장에서 물러설 가능성은 작다고 전했다.

합의가 이대로 이뤄지면 이란은 해협 진입 선박을 직접 통제하고 출항 선박의 이동도 사전에 파악하게 된다. 호르무즈 봉쇄의 위력을 실감하고 해협 통제권 확보에 사활을 걸어온 이란 입장에선 목표를 달성했다고도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란이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도록 놔두지 않겠다”며 해협 개방을 주장했지만 중재국 오만이 통항 협상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통항 합의를 수용할 여지가 있다. 미국으로선 오만이 참여한 연안국 간 합의라면 직접 양보했다는 비판을 피하면서 결과를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반대하는 통행료 대신 서비스 이용료라는 용어를 이란이 꺼내든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3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정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가이는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한 선박 통항을 위한 임시 항로 지정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3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정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가이는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한 선박 통항을 위한 임시 항로 지정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문제는 이란의 해협 통제권을 인정한 후 치러야 할 대가다. 이란의 핵 능력과 역내 영향력을 축소하겠다며 시작한 전쟁이 오히려 이란에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을 관리할 카드를 안겨준 것이다. 이란이 이번 기회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럼프는 늘 물러선다(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패턴을 학습하고 핵 문제 등 추후 핵심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중동프로그램 부국장은 NYT에 “이란에 해협 통제권을 넘기는 어떤 해결책이든 트럼프가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이를 제거할 군사적 해법도 없다”며 “트럼프는 이길 수 없는 전쟁과, 받아들이기 불쾌한 평화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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