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명 규모인 치안감 이상의 경찰 수뇌부가 사법경찰관 범위에 포함되며 직접 수사권을 갖게 됐다. 사진은 4일 전국 지휘부 회의를 주재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치안감 이상의 경찰 간부들이 일선 수사에 개입하고 수사의 방향성을 지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경위 계급 이상의 경찰 공무원’ 전체를 직접 수사권이 있는 사법경찰관으로 규정하는 개정 조항(제197조)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기존 형사소송법은 경무관·총경·경정·경감·경위에게만 사법경찰관 지위를 부여했다.
개정 형사소송법으로 직접수사권을 갖게 된 치안감·치안정감·치안총감은 40여명 규모다. 서울·부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지방경찰청장이 치안감 계급에 해당하고, 계급 서열 2위인 치안정감은 경찰청 차장, 서울지방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장 등이 있다. 치안총감은 경찰 최상위 계급으로 경찰청장 한 명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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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부터 경위까지, 직접 수사권 명문화
이로써 경찰은 경찰청장부터 일선에서 수사 실무를 담당하는 경위까지 직접 수사권을 확보하는 일원화 체계가 마련됐다. 치안감 이상의 간부들로이 그동안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면서도 형사소송법에 수사 지휘의 근거가 뚜렷하지 않았던 불안정성이 해소됐다. 그간 치안감 이상이 사법경찰의 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건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경찰의 최상위 계급이 경무관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치안감·치안정감·치안총감 계급이 신설됐음에도 관련 법 개정을 하지 않아 경찰 지휘부는 수사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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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신설된 경찰 계급, 현실 맞게 법제화”
경찰은 그동안 치안감 이상의 경찰 지휘부가 일선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역할을 수행하던 현실을 반영한 것이란 입장이다. 그 동안 경찰은 경무관 이하에서 수사 실무를 맡고, 치안감 이상의 지휘부가 수사 상황을 보고받으며 방향을 제시하고 지휘했다. 다만 경찰청장의 경우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권이 폐지됐고, 국가수사본부장이 수사를 지휘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 없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도 경찰의 수사권 독점 등에 대한 우려를 막기 위한 보완 입법 가능성을 시사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그러나 벌써부터 경찰 지휘부의 부당한 수사 개입이나 하명 수사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찰의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를 감안하면 직접 수사권이 있는 지휘부의 의중에 맞춰 수사팀이 자체적으로 특정 사건을 축소해 수사하거나 표적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 개입을 자제하던 성향의 고위직도 종종 있었지만, 이제는 노골적인 수사개입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또 지휘부과 실무 수사진의 이견이 있을 경우, 실무 수사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찰 지휘부가 직접 수사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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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경찰 동일체 원칙이 작동할 것”
경찰이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사의 수사지휘에서 벗어났고, 이번 검찰개혁으로 검찰 수사권이 전면 폐지되며 사실상 1차 수사권을 독점하자 불안의 목소리 역시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날 국무회의에서 “저도 변호사를 오랜 세월 동안 했지만 검찰은 물론이고 경찰도 수사 못 믿겠더라”며 경찰의 수사권 독점과 비대화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법령·제도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사 동일체보다 더 강력한 경찰 동일체 원칙이 작동할 것”이라며 “모든 경찰 고위 간부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형소법은 국민 인권을 집어삼키는 괴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총경 출신의 변호사는 “지금도 각 지방경찰청장을 포함한 치안감 이상의 간부들은 일선 수사를 지휘하고 필요시 구체적인 수사 상황에 개입하고 있는 만큼 사법경찰의 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면서도 “경찰 지휘부가 직접 수사권을 바탕으로 수사팀을 지휘하고 압박할 명문의 근거가 생겼단 점에서 이를 통제할 추가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