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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착한 주유소 키우되, 시장 퇴로도 열 때

중앙일보

2026.08.04 08:01 2026.08.0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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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

지난 6월 산업통상부 장관이 청주의 한 주유소에 ‘착하디착한 주유소’ 현판을 전달했다. ‘착한주유소’에 다섯 차례 이상 뽑힌 곳이다. 2월 초 리터당 1688원이던 휘발윳값이 2월 말 중동 전쟁이 터지며 2010원까지 치솟는 동안, 정부는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을 두는 최고가격제로 맞서는 한편 시민단체와 손잡고 2주마다 가격 안정에 동참한 주유소를 ‘착한주유소’로 뽑아 알렸다. 소비자의 발품을 덜고 채찍과 당근을 함께 쓴, 평가할 만한 대응이다.

‘최고가격제 이후 폐업이 급증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통계를 정밀하게 읽어야 진단도 정확해진다. 흔히 인용되는 오피넷 주유소 수는 그날 가격을 보고한 업소 수라, 휴업·당일 미영업도 빠진다. 필자가 올 2~8월 매월 1일 보고 명단을 추적하니 다달이 61~80곳이 사라지고 38~51곳이 새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되돌아온 주유소만 139곳이다. 폐업 신고는 월 14곳 안팎, 예년과 같다. ‘폐업 급증’은 데이터로 확인되지 않는다.

‘착한주유소’를 한 단계 더 키울 여지도 있다. 참여의 문이 넓어질수록 제도의 힘도 커지고, 소비자가 어디서나 만나는 착한 가격도 늘어난다. 최근 명단에는 평소 가격 경쟁력을 갖춘 주유소가 주로 이름을 올렸다. 네 차례 연속 셀프주유소 비중이 94~99%로, 전국 평균(61%)을 크게 웃돈다. 최종 관문이 ‘가장 싼 순’이어서 원가를 낮출 구조를 갖춘 곳이 먼저 들기 마련이다. 이미 성실한 보고와 인상 자제, 무위반이라는 좋은 기준이 있다. 여기에 같은 업태끼리 출발선을 맞추고, 위기 때 얼마나 인상을 참았고 인하를 서둘렀는지까지 함께 살펴보면 어떤 구조의 주유소든 ‘착한’ 대열에 동참할 수 있다. 선정 이유와 우수 사례를 구체적으로 알리는 것도 방법이다.

이와 함께 주유소 업계의 근본적인 고충도 살펴야 한다. 사실 진짜 문제는 주유소 시장이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는 시장이라는 점이다. 주유소는 6년 새 1000곳 가까이 줄었다. 휘발유 유통마진은 2010년 L당 106원에서 지난해 71원, 판매가의 4%대로 얇아졌고 그중 1.5%포인트가 카드 수수료다. 문 닫는 데도 토양 정화·시설 철거로 억대 비용이 든다. 폐업 대신 휴업을 택하는 이유다. 퇴로가 막힌 시장에선 가격 경쟁도, 질서 있는 구조조정도 겉돈다. 폐업·업종 전환 비용을 미리 가늠하게 하고, 공제조합 등으로 부담을 나누며, 흩어진 절차를 한 창구로 모아야 한다. 주유소 업계의 자유로운 퇴로를 마련함과 동시에 착한주유소 참여의 문을 넓힌다면, 착한 주유소의 확산을 가속화할 수 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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