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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라이트의 마켓 나우] 미국 전력, 발전이 아니라 송전이 문제

중앙일보

2026.08.04 08:04 2026.08.0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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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라이트 IFM인베스터스 북미 인프라 투자 부문 전무

리 라이트 IFM인베스터스 북미 인프라 투자 부문 전무

미국의 전력망은 100년 가까이 조용한 인프라였다. 이제 그 침묵이 깨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미국 전력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수십 년간 완만했던 전력 수요 곡선이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의 확산, 교통·난방의 전기화, 제조업 리쇼어링이 동시에 맞물리며 전력 수요는 유례없는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2030년 수요가 2024년 대비 약 20%, 150기가와트(GW)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기존 체계가 감당하기 벅찬 구조적 전환이다.

수요 증가가 특정 지역에 몰리는 국지적 병목현상이 문제의 본질이다.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데이터센터로, 전력연구소(EPRI)에 따르면 전체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4%에서 2030년 9%로 두 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대도시 하나의 소비량에 맞먹는 기가와트급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도 이미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와 히트펌프에 따른 전기화 수요, 리쇼어링에 따른 제조업 확대까지 겹치면서, 전력망은 집중적인 데이터센터 수요와 분산적이고 변동성이 큰 전기화 수요를 동시에 소화해야 한다.

다만 현재 발전 용량보다 인프라 불균형이 더 시급하다. 지난 10년간 재생에너지 발전에 집중된 투자와 달리, 이를 실어 나를 송전망 확충은 뒤처졌다. 수요 급증이 2~5년 뒤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송전망 연결에는 통상 5년 이상 걸린다는 시차가 구조적 병목의 핵심이다. 당장 필요한 것은 기존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다. 피크 수요 기준으로 설계된 미국 전력망은 평균 가동률이 70%에 그쳐 상당한 잠재 용량이 잠들어 있다. 부하 이전, 출력 제한, 수요 예측 개선 등 수요 측 관리 기술과 소비자가 직접 전력을 조달하는 ‘비하인드 더 미터(behind the meter, 계량기 이전 자가발전)’ 방식을 더하면 증설 기간의 수급 격차를 메울 수 있다.

에너지 저장장치의 역할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휴 시간의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가 피크 시간에 방출하면 계통 혼잡을 완화할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짧은 증설 기간 덕분에 계속 주목받겠지만, 이들 재생에너지 특유의 간헐성을 흡수하려면 저장장치가 필수적이다.

인프라 투자자에게 이번 구조적 전환은 다년간 이어질 강력한 투자 기회다. 발전과 송전, 저장 전반에 걸쳐 대규모 자본 수요가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매력적인 기회는 구조적 수요와 실질적 제약이 맞부딪히는 지점, 즉 지금 병목을 빚고 있는 인프라에서 나타날 것이다. 미국 에너지 지형의 변화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20세기 미국을 만든 전력망은 21세기의 향방에도 결정적이다.

리 라이트 IFM인베스터스 북미 인프라 투자 부문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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