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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모순투성이 세제개편안, 부동산 시장 혼란만 키울 뿐

중앙일보

2026.08.04 08:24 2026.08.0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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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그제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다주택자의 매물을 시장에 유도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정책의 자기모순이 드러난다. 세금은 높이고 금융은 묶어놓은 채 거래가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시중엔 “집을 팔라고 하면서도 팔 수도, 살 수도 없게 만드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당장 세입자가 있는 고가 주택 거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장기거주특별공제를 폐지하고 공제 한도를 최대 10억원으로 제한하는 장기거주소득공제를 도입하면서 1~2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세금 공제 혜택을 받고 싶으면 그사이 집을 팔라는 거다. 하지만 현재 서울 전역과 경기 15곳 등에선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라 주택 구매자는 거래 허가 후 4개월 이내에 실거주해야 한다. 세입자의 전세 만기가 임박한 경우가 아니라면 팔려야 팔 수 없다. 게다가 현재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최대 4년까지 거주할 수 있지만, 앞으로 실거주 의무 기간을 채우려는 집주인은 세입자를 내보낼 것이다.

매수 여건도 악화하고 있다. 정부는 고가 주택 대출을 강하게 제한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대상인 시가 25억원 초과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2억원 수준에 그친다. 설령 비거주 1주택자나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더라도 수십억원의 현금이 없다면 매수는 쉽지 않다. 결국 서울 강남과 한강벨트는 현금 부자들만 사는 특별구역으로 변모할 것이다.

정부는 초고가 주택은 세부담을 높이지만 1주택 거주자는 보호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장기거주소득공제 한도를 10억원으로 제한하면 1주택자는 집을 팔아도 비슷한 동네, 비슷한 평형의 집을 살 수 없게 되고, 이는 결국 매물 잠김으로 이어져 시장을 더 위축시키게 될 것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청년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피해를 막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땜질식 보완책보다 세제의 모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세제개편안이 이대로 시행되면 매물이 잠기면서 트리플 불안(매매·전세·월세 급등)만 커질 것이고, 청년층을 비롯한 무주택자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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