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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쪄죽는데 어딜 나가”…바캉스 대신 ‘이것’에 지갑 여는 사람들

중앙일보

2026.08.04 13:00 2026.08.0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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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주연(35·서울 은평구)씨는 이번 주가 여름 휴가지만 당초 계획했던 국내여행을 취소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이동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4일엔 서울 전역과 경기 북부에 폭염중대경보가 확대 발령됐다. 김씨는 “에어컨을 5분만 꺼도 금세 더워져 집 앞 편의점에 나가는 것도 무섭다. 식사도 대부분 시켜먹고 있다”고 했다.

편의점 CU에서 배송 기사가 커피를 받아들고 배송할 채비를 하고 있다. 사진 CU

편의점 CU에서 배송 기사가 커피를 받아들고 배송할 채비를 하고 있다. 사진 CU

극한 폭염이 일상을 바꾸고 있다. 우선 가급적 외출을 줄이는 이른바 ‘집콕 소비’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7~8월 휴가철엔 통상 배달 수요가 줄어드는데, 올해는 집에 있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례적으로 배달 주문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걸어서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편의점조차 배달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주요 편의점들은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1시간 안에 배송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대부분 1.5km 이내에서 근거리 배송이 이뤄진다. GS25에 따르면 지난 1~3일 퀵커머스 배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97.5%)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CU의 퀵커머스 배달 매출도 280.7% 늘었다. 밤 시간에도 열대야가 이어져 얼음과 아이스크림 주문이 크게 늘고 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식당과 카페 배달 주문도 급증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지난 7월 25일~8월 2일 삼계탕·장어구이·오리구이 등 보양식과 빙수·콩국수·냉면 주문량은 한 달 전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 증가했다.

배달기사 이모(31)씨는 “3㎞ 이내 근거리 배송도 많이 늘었다. 아스팔트 열기가 뜨겁지만 배달 호출이 쉴 새 없이 울려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와 배달업계는 배달 기사들을 위한 쉼터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에선 주로 조리가 간단한 가정간편식(HMR) 주문이 두드러진다. 7월 25일~8월 2일 SSG닷컴의 ‘쓱배송’ 주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고, 냉동·냉장 간편식 매출도 각각 44%, 30% 늘었다.

일요일인 지난 2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일요일인 지난 2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냉방시설을 갖춘 쇼핑몰에는 ‘몰캉스(쇼핑몰+바캉스)족’이 몰린다. 필요한 물건만 사고 떠나는 ‘목적형 소비’가 아니라, 더위를 피해 한 공간에서 쇼핑과 식사를 모두 즐기는 ‘체류형 소비’가 흔해졌다.

7월 25일~8월 2일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방문객은 직전 주보다 각각 30%, 14%, 17% 증가했다. 주요 점포 매출도 두자릿 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백화점 3사의 식음료(F&B) 매출은 각각 40%, 20%, 21% 늘었다. 복합쇼핑몰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의 경우 지난 1~2일 이틀 간 방문객이 45만 명에 달했다. 이에 백화점들은 고객이 더 오래 머물도록 팝업 스토어를 열거나 체험형 콘텐트를 늘리고 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기온은 이제 소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며 “폭염이 일상화할수록 백화점과 쇼핑몰은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는 공간 마케팅을, 유통업계는 퀵커머스 등 신속한 배송 경쟁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선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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