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코레일이 한국철도차량기술사회와 용역비 7800만원에 계약한 연구과제 명칭이다. 용역기간은 3개월이다. 발주처는 공식적으로는 코레일이지만 실제론 국토교통부다. 국토부가 코레일에 요청해 발주한 용역이기 때문이다.
이번 용역은 다원시스의 무더기 납품지연 사태 이후 현행 입찰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그런데 용역 과제를 설명한 제안요청서를 보면 열차 입찰에는 쓴 적 없는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가 상당 분량을 차지한다.
종심제는 공공 공사·용역 입찰에서 입찰가격뿐 아니라 공사 수행능력 및 사회적 책임 등을 함께 평가해 합산점수가 가장 높은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제도로 주로 대규모 건설공사에 적용된다.
이번 용역의 과업 세부내용은 ▶현황 조사, 현행 입찰 및 계약제도 문제점 분석 ▶종합심사낙찰제 평가항목 분석 ▶종심제 취지에 부합하는 철도차량 구매입찰용 시사항목 대안 도출 ▶철도차량 입찰제도 개선방안 도출 등 4개 항목이다. 이 중 3개 항목이 종심제 관련이다.
제안요청서의 주요 과업 내용. 자료 코레일
국토부는 일단 원론적인 검토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김태병 국토부 철도국장은 “이번 용역은 다양한 방안에 대해 연구해보고 비교·분석해보는 차원”이라며 “연구과정에서 전문가와 전문기관의 의견을 잘 들어보려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철도차량 입찰에 종심제를 도입하려면 관련 법률 개정 등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철도업계 안팎에선 국토부가 기존의 ‘2단계 경쟁입찰’과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 외에 종심제 추가 도입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
참고로 ‘최저가 입찰’로 불리는 2단계 경쟁입찰은 1단계로 보유기술, 납품지연 여부 등에 대한 기술평가를 거쳐 이를 통과한 업체 중에서 2단계로 가장 낮은 입찰금액을 쓴 곳을 낙찰자로 정하는 방식이다.
협상에 의한 계약은 기술 및 가격제안서를 함께 평가해 높은 점수를 얻은 순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협상을 거쳐 낙찰자로 확정하는 방식이다. 최저가 입찰에선 기술평가가 통과 여부만 따지는 절차이지만 협상에 의한 계약에선 기술평가점수와 가격점수를 모두 합산한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기존 방식의 단점을 보완할 새로운 입찰방식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 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최저가 입찰제는 기술 통합역량을 평가하기 어렵고, 협상에 의한 계약은 정성적 평가 요소가 강해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납품 지연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제작사의 실제 수행 능력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요구된다”며 “가격뿐 아니라 납품 실적, 기술 인력 보유 현황 등을 정량화해 종합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기존 제도를 보완해 시행하면 법 개정 절차 없이 바로 시행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진우 KAIST 건설및환경공학 교수는 “규격이 표준화 된 차량 등에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되 저가입찰과 제작능력 검증 등 기존에 지적된 문제를 보완하고, 기술적 불확실성과 납기 위험이 큰 사업에는 종심제를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종심제를 철도차량 입찰에 적용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동규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철도차량은 건설공사와 달리 제작역량, 부품 공급망, 납기, 안전성, 유지관리까지 고려해야 하는 제조·시스템 조달 성격이 강하다”며 “차량 특성과 사업 규모에 맞는 평가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게 핵심”이라고 제시했다.
규격이 표준화된 전동차에는 주로 최저가 입찰이 적용된다. 사진 서울교통공사
강승모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과 교수도 ”명칭과 관계없이 업체의 기술력, 생산 능력이나 수주 스케줄, 특정 업체에 대한 지나친 편중 방지 등을 중점적으로 반영하면서 기존 제도의 장점을 잘 취합하는 게 숙제”라고 지적했다.
종심제가 기술점수와 가격점수를 합산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협상에 의한 계약과 유사해 자칫 대기업에만 유리한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발주된 3~4건의 입찰은 모두 대기업인 현대로템이 수주했다.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통정책학과 교수는 “종심제의 평가항목과 배점이 대기업의 규모와 실적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면 오히려 독점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다”며 “대기업에 유리한 평가가 아니라 해당계약을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방향으로 평가기준을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입찰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애초 입찰단계에서 차량가격을 현실화하고,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업체의 원활한 제작 지원을 위해 선급금 지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결국 종심제가 제3의 철도차량 입찰방식으로 도입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만약 도입을 추진한다면 기존과는 차별화된 명확하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 마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