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정직하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담지 못한다. 외국어가 힘든 건 숨은 뜻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리랑’ 타이틀로 월드 투어 중인 BTS 콘서트는 파리에서 8만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에 9만2,000명이 운집해 역대 최대 관객 기록을 갱신했다.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쇼를 시작으로, 월드투어 북미 여정은 매진 기록을 세우며 약 84만 관객들이 한마음으로 아리랑을 떼창 했다.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가 2027년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에 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 아시아 팝 음악 퍼포먼스 부문을 처음으로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아시아 아티스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그래미 무대에서 다양한 음악을 조명하려는 변화로 볼 수 있다.
BTS 일곱 멤버는 같은 성명을 공유했다. “저희는 올해 그래미 어워드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어 BTS는 다음 같은 뜻을 전했다.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듣고 사랑받기를 바랍니다(I hope that music can be heard and loved for what it is, rather than being divided by region or language).” 품격 있고 정중한 사양(Decline)은 칼보다 예리하다. 말 속에 숨겨진 깊은 뜻을 담고 있다. 단순히 상을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음악을 평가하고 분류하는 방식에 대한 BTS의 도전이다.
“For what it is”는 음악을 만든 국가나 사용된 언어가 아니라, 음악 자체가 가진 가치를 평가해 달라는 주문이다. ‘rather than’은 ‘‘~하기보다는’라는 뜻이다. ‘Best Asian Pop Music’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한 지역 논쟁을 염두에 둔 탁월한 지적이다.
보이콧 하루 만에 논란이 커지자 그래미 CEO는 공식 해명을 했다. “아시아 팝 부분은 아시아 팝 예술의 깊이와 다양성, 탁월성을 위해 신설됐다”며 오해라고 강조했다. 팬들은 아시아 아티스트에게 ‘인종적 장벽’을 적용한다고 격분했고 글로벌 매체들도 일제히 방탄소년단을 지지했다. <<〈미국 유명 매거진 코스모폴리탄은 출품을 거부한 BTS의 용기 있는 선택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방탄소년단의 결정은 부드럽지만 뼈 있는 강렬한 비판이라고 극찬했다.〉>>
말에도 뼈가 있다. 뼈 속에 살이 있고 그 속에 숨어있는 뜻이 진실이다. 빌보드는 BTS가 빠진 그래미가 어마 무시한 글로벌 시청자층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달에 여러 번 울었다. 여름에 다니러 온 손주들이 BTS ‘아리랑’을 멋지게 따라 불렀다. 눈물이 났다. 두 번째는 전 세계 팬들이 태극기 흔들며 아리랑 부를 때다. 애들 몰래 깜짝 선물로 앞자리에 BTS 뉴저지 콘서트 티켓을 샀다고 딸이 귀띔했다. “앞자리는 너무 비쌀 텐데…” 실언?이 튀어나왔다. “우리 애들은 한국사람입니다. 할머니 아빠 엄마 모두 한국사람! 한국인 정체성을 찾게 해야 돼요.” 눈물을 훔쳤다.
‘걔넨 몰라’로 가사를 바꾼 ‘에일리언스’를 부를 때 폭포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어쩜 그래 뻔뻔하기도. 예의를 차려 우린 이방인이야. 해는 동쪽에서 뜨지. 우린 이방인.” BTS의 북미투어에는 ‘예술엔 이방인이 없다’는 팬들의 메시지가 함께 울렸 퍼졌다.
대형 빌보드에 열렬 관중들 모습이 등장했다. 눈에 익은 두 아이의 얼굴이 언뜻 보였다. TV 돌려 확인하니 내 새끼들이 분명했다. 세계 인파들이 지켜보는 BTS콘서트 Billboard 영상에 손주들이 등장하다니! 눈물은 묵은 때와 슬픔을 닦아준다.
뿌리가 지축으로 깊이 스며들면 바람에 흔들려도 쓰러지지 않는다. 황혼의 꽃밭에서 내 인생에도 쨍하고 해 뜰 날이 남아 있구나! (Q7 editions 대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