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추락 예측 어려워”…치매 노인 사망한 요양원 요양보호사 무죄

중앙일보

2026.08.04 15:44 2026.08.04 17:0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요양원 참고 사진. 연합뉴스

요양원 참고 사진. 연합뉴스

치매 노인이 요양원 베란다에서 추락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요양보호사와 요양원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6단독 유승원 부장판사는 최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요양보호사 A씨(71)와 요양원 대표 C씨(66)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요양원 측이 해당 노인의 추락 사고를 미리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요양보호사 A씨는 2023년 1월 30일 인천시 강화군 한 요양원에서 주간 근무 중이던 동료가 점심을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노인 16명을 홀로 돌보고 있었다.

A씨는 치매를 앓던 입소자 B씨(83)가 구름다리를 통해 빈방으로 이동해 베란다 앞을 서성이는 것을 발견하고 생활 공간으로 데려왔다.

이 요양원 2층에는 입소자 생활 공간과 빈방이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었고 구름다리 양쪽 철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이후 A씨가 다른 입소자의 기저귀를 갈기 위해 자리를 옮기자 B씨는 약 2분 만에 다시 빈방으로 건너갔다.

B씨는 베란다로 나가 난간을 잡고는 바닥에서 59㎝ 높이의 턱을 밟고 올라갔다가 1층으로 추락했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날 오후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숨졌다. 요양원 입소 닷새 만이었다.




법원 “난간 높이 충분…추락 예측 어려워”

B씨는 입소 당시부터 치매로 인한 섬망(일시적으로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정신 혼란 상태) 증상이 심했다. 관찰 일지에는 ‘망상과 배회가 심하고 요양원이 외국이라고 알고 계심.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함’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사고 사흘 전과 전날에는 “아들과 러시아로 가야 한다”, “자녀들을 만나러 가야 한다”며 요양원 엘리베이터 앞에서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검찰은 요양보호사 A씨와 요양원 대표 C씨가 B씨의 상태와 추락 위험을 알고도 안전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를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고가 난 베란다 난간은 바닥에서부터 철제봉까지 높이가 131.5㎝로 치매 노인뿐 아니라 일반 성인의 추락을 막기에 충분한 높이”라며 “B씨는 턱을 딛고 철제봉을 넘어 추락했는데 C씨가 이를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요양원은 입소자들의 탈출을 막기 위한 교도소나 감호시설이 아니라 노인복지시설일 뿐”이라며 모든 이례적인 상황을 예상해 안전 조치를 해야 할 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사고 이전 상황을 봐도 B씨가 2층 베란다 난간을 넘어 1층으로 추락할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B씨의 적극적 행위로 인한 사망을 예견하고 회피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를 피고인들의 주의 의무 위반 탓으로 돌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영혜([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