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9000채 파괴한 이튼 산불, 공식 원인 밝혀졌다

Los Angeles

2026.08.04 16:4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전기 아크 발생 12초 만에 초목서 발화
LA카운티소방국·가주소방국 공식 확인
지난해 발생한 이튼 산불이 덮친 알타데나 지역의 한 주택가 모습. 김상진 기자

지난해 발생한 이튼 산불이 덮친 알타데나 지역의 한 주택가 모습. 김상진 기자

지난해 1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튼 산불은 남가주에디슨(SCE) 송전탑에서 발생한 전기 아크가 원인이었다는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LA카운티소방국은 화재 조사 보고서를 통해 사용이 중단된 SCE 송전탑의 전기적 이상 현상이 산불의 발화 원인으로 확인됐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LA카운티소방국 방화조사팀과 가주소방국(Cal Fire)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팀이 확보한 영상에는 송전탑에서 짧은 시간 간격으로 두 차례 전기 아크가 발생한 장면이 담겼다. 이어 불이 붙은 물질이 지상으로 떨어졌고, 약 12초 만에 마른 초목으로 불길이 옮겨붙었다.
 
불은 강한 샌타애나 강풍을 타고 샌게이브리얼 산맥과 알타데나, 패서디나, 시에라 마드레, 라카냐다 플린트리지 일대로 번졌다. 이 산불로 약 1만4000에이커가 불에 타버렸고 건물 약 9000채가 파괴됐으며, 최소 19명이 목숨을 잃었다.
 
SCE 전력 설비는 그동안 유력한 발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SCE 측도 주 규제기관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자사 설비가 산불 발화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SCE의 데이비드 아이젠하워 대변인은 “알타데나 주민들과 함께하며 지역사회 복구를 계속 지원하고 있다”며 “보고서를 검토 중이며, 처음부터 자사 설비가 화재 발화와 관련됐을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 왔다”고 밝혔다.
 
LA카운티소방국은 가주 공공유틸리티법에 따라 전력회사는 대형 산불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전력 설비를 유지·운영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앤서니 마로니 LA카운티 소방국장은 “어떤 조사 결과도 주민들이 겪은 고통을 되돌릴 수는 없다”며 “원인이 밝혀진 만큼 주민들의 재건을 지원하고 이번 참사에서 얻은 교훈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SCE를 상대로 한 법적 책임 공방도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연방 검찰은 지난해 9월 이튼 산불과 또 다른 산불의 발화 책임을 물어 SCE를 상대로 4000만 달러 이상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은 결함이 있는 SCE 전력 설비가 화재를 유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빌 에사일리 연방검사 수석차장은 “SCE는 지난해 4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거두고도 자신들의 과실로 발생한 산불 비용을 전기요금 인상으로 시민들에게 전가하려 한다”며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SCE는 현재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법원 소송 없이 보상받을 수 있는 ‘산불 복구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피해자 측 변호인들은 실제 피해를 충분히 보상하지 못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피해자 지원단체 ‘LA 파이어 저스티스’의 크리스 홀든 대표는 “이번 산불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재난이었다”며 “주정부는 영리 전력회사가 아닌 피해 주민들의 편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캐서린 바저 LA카운티 수퍼바이저는 “지역사회는 진실과 책임 규명, 정확한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며 “이번 보고서가 모든 것을 끝내지는 않지만, 피해 주민들이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강한길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