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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 도시 도쿄, 보이지 않는 맛의 본질 ‘다시’를 여행하다

Vancouver

2026.08.0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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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주형 기자의 도쿄 Zoom-In] 보이지 않는 맛의 본질 ‘다시’를 여행하다



21_21 전시부터 아자부다이 힐즈까지, 국물 속에 담긴 일본 미식의 근원
수프에서 삶의 근원 묻고 36가지 재료로 만드는 나만의 다시팩 체험
사진=엄주형 기자 deniz.um@joongang.ca

사진=엄주형 기자 [email protected]

 도쿄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배경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일본 요리의 맛을 밑바탕에서 받치는 ‘다시’가 있다. 다시마와 가쓰오부시, 멸치와 표고버섯 등에서 우려낸 다시는 요리의 주인공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재료의 맛을 연결하고 음식의 깊이와 방향을 결정한다. 이번 도쿄 여행에서는 완성된 요리보다 그 맛의 바탕에 주목했다. 롯폰기의 21_21 DESIGN SIGHT에서 수프의 의미를 살펴보고, 아자부다이 힐즈에서는 직접 재료를 골라 나만의 다시팩을 만들었다.
 
수프를 통해 음식의 시작을 묻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21_21 DESIGN SIGHT에서는 오는 8월 9일까지 기획전 ‘Soup as Life’가 열린다. 디자이너 도야마 나쓰미가 디렉팅한 이번 전시는 수프를 통해 음식과 의복, 주거의 근원을 살펴본다. 물에 재료를 넣고 열을 가하는 단순한 조리 과정 안에 식재료와 지역의 역사, 신체의 감각과 기억이 함께 담긴다는 관점이다.
 
전시는 다시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그러나 물과 재료, 열과 시간이 만나 하나의 맛을 만든다는 점에서 일본 음식의 기본인 다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완성된 음식보다 그 이전 단계에 주목하게 만든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전시장의 건축적인 요소도 볼거리다. 미야케 잇세이의 디자인 개념인 ‘한 장의 천(A Piece of Cloth)’에서 영감을 받아 안도 다다오는 한 장의 철판을 접은 듯한 지붕을 만들었다.
 
건물 전체 면적의 약 80%를 지하에 배치해 외부에서는 낮고 절제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전시 공간이 펼쳐진다. 전시의 주제와 건축도 닮아 있다. 지상에서 보이는 부분보다 지하에 더 큰 공간을 숨긴 건물처럼, 다시 역시 완성된 음식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그 아래에서 전체의 맛을 지탱한다.
사진=엄주형 기자 deniz.um@joongang.ca

사진=엄주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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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지만 요리를 결정하는 맛
 
일본의 다시는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뿐 아니라 멸치와 각종 말린 생선, 표고버섯 등 다양한 건조 재료로 만든다. 어떤 재료를 사용하고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맑고 섬세한 국물부터 향이 강하고 깊은 국물까지 전혀 다른 맛이 나온다.
 
같은 된장국이나 우동도 다시가 달라지면 맛과 향, 입안에 남는 여운이 달라진다. 간장과 된장, 소금으로 간을 하기 전에 음식의 중심을 만드는 과정인 셈이다. 이런 방식은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는 멸치·다시마 육수가 있고, 프랑스 요리에는 퐁과 부용이 있다. 사용하는 재료와 조리법은 다르지만 많은 요리는 국물이나 육수라는 바탕 위에 맛을 쌓아 올린다.
사진=엄주형 기자 deniz.um@joongang.ca

사진=엄주형 기자 [email protected]

36가지 재료로 만드는 나만의 다시
 
전시에서 시작된 관심은 아자부다이 힐즈 마켓의 다시 전문점 ‘다시 오쿠메(だし尾粂)’로 이어졌다. 1871년 창업한 건어물 도매상 오쿠메가 운영하는 이곳은 36가지 다시 원료와 약 300종의 무첨가 식품을 선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하는 재료를 직접 골라 자신만의 배합을 만드는 ‘오더메이드 다시팩’이다. 가쓰오부시와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 등 36가지 일본산 재료가 투명한 유리 용기에 담겨 있어, 고객이 모양과 색을 살펴보고 향을 맡으며 종류와 분량을 선택할 수 있다. 고른 재료는 매장에서 배합하고 분쇄해 다시팩으로 완성하며, 제품에는 원하는 이름을 넣은 라벨도 붙여준다. 오쿠메는 이를 특허받은 세계 최초의 오더메이드 다시팩이라고 소개한다.
 
단순히 완성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 요리를 떠올리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맛을 조합하는 과정까지 경험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아자부다이 힐즈 마켓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이었다.
사진=엄주형 기자 deniz.um@joongang.ca

사진=엄주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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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음식보다 그 시작을 찾아서
 
도쿄 미식 여행은 유명 식당을 예약하고 새로운 메뉴를 맛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음식이 만들어지기 전의 재료와 조리법을 살펴보는 것도 그 도시의 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이다. 21_21 DESIGN SIGHT의 ‘Soup as Life’가 수프를 통해 음식과 삶의 기본을 질문한다면, 다시 오쿠메는 그 질문을 직접 맛보고 선택해 집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한다.
 
하나는 전시이고 다른 하나는 식료품점이지만, 두 공간 모두 완성된 결과보다 맛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주목한다. 다시는 접시 위에서 형태를 드러내지 않지만 서로 다른 재료를 연결하고 요리 전체가 설 수 있는 바탕을 만든다.
 
그 재료들을 따라가 보면 다시는 한 지역의 맛에만 머물지 않는다. 일본 각지에서 온 다시마와 가쓰오부시, 말린 생선과 버섯이 한곳에 모이고, 물과 시간을 통해 하나의 국물로 어우러진다. 서로 다른 지역의 자연과 식문화가 한 그릇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를 맛보는 것은 일본 음식을 이해하는 일을 넘어, 일본 각지의 맛을 한 번에 경험하는 또 다른 여행 방식이 될 수 있다. 미식의 도시 도쿄를 깊이 이해하는 방법은 가장 화려한 요리를 좇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맛과 그 안에 모인 지역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밴쿠버 중앙일보=엄주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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