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 수퍼마켓 주인 장씨 아저씨다. 아버지가 없는 연주네 집에 늘 두루마리 화장지며, 참치캔 같은 걸 툭 놓고 가는 착한 이웃.
연주(16·가명)는 그런 아저씨가 늘 고맙고 좋았다. 아저씨의 발길이 뜸하면 내심 서운해질 정도였다.
연주에게 장씨 아저씨가 각별한 이유가 또 있다.
연주의 엄마, 언니 연희는 모두 심한 지적장애다.
이 집에서 유일한 정상 지능을 가진 연주는 너무 어렸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지원을 받으려면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 까다로운 서류 작업을 장씨 아저씨가 도맡아 처리해 줬다. 연주네 집 형광등이 나갔을 때도, 보일러가 작동을 멈췄을 때도 가장 먼저 팔 걷어붙이고 달려와 해결해준 사람이 장씨 아저씨다.
장씨 아저씨의 넉넉한 인심은 이미 동네에 소문이 자자했다.
연주네뿐 아니라 혼자 사는 김씨 할머니 집 앞에 야채를 가져다 놓고, 애들 많은 오씨 아저씨 집엔 학용품을 사줬다.
모두가 그를 “법 없이도 살 사람” “사람 좋은 장씨”라고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연주는 엄마와 언니를 볼 때마다 늘 이런 생각을 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그래서 엄마와 언니를 내 손으로 돌봐주고 싶다’고.
그리고 ‘장씨 아저씨에게 꼭 은혜를 갚고 싶다’고.
그 고마운 장씨 아저씨가 연주의 삶에 가장 잔혹한 칼날을 들이댈 거라곤, 그때의 연주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중간고사 기간, 평소보다 일찍 하교한 연주.
아이의 눈앞엔 펼쳐진 끔찍한 장면은 이 가족의 세상을 처참하게 박살내버렸다.
# 연희네 가족을 박살 낸 그 남자의 두 얼굴
활짝 열린 방문, 그 안에서 엄마는 알몸으로 누워 있었다.
그런 엄마의 위에서 힘껏 누르고 있는 이상한 남자, 장씨 아저씨였다.
늘 인자한 미소를 짓던 아저씨의 얼굴은 괴물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연주는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골목 뒤에 몸을 감추고 놀란 가슴을 추슬렀다.
장씨 아저씨가 연주네 집 밖으로 나와 다시 수퍼마켓으로 돌아갈 때까지, 연주는 그 골목에서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다음 날, 연주는 공포에 떨며 자신이 목격한 모든 장면을 담임 선생님께 말했다.
오랜 기간 연주 가족을 돌봐주던 친밀한 이웃, 연주 엄마의 성폭행범….
두 얼굴의 장씨 아저씨는 그렇게 철창에 갇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