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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빠지는 트럼프식 ‘통첩 외교’…세계도 더는 움츠리지 않는다

중앙일보

2026.08.0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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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댙콩령. 로이터=연합뉴스

4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댙콩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도 높은 위협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이른바 ‘통첩 외교’를 반복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불가능성을 앞세워 충격과 공포를 조성한 뒤 상대방의 양보를 끌어내는 협상 전략을 자주 구사해왔다. 그러나 최고 수준의 압박을 가한 뒤 상대의 강경한 대응에 물러서는 일이 반복되면서 “버티면 흐지부지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로는 이란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대이란 군사작전을 시작한 이후 ‘문명의 말살’ 같은 강경한 표현을 동원하며 이란에 여러 차례 최후통첩성 경고를 보냈다.

지난 3일에도 “참수 전 마지막 기회”라며 신속한 합의를 요구했다. 이란 지도부를 겨냥한 제거 작전에 나설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도 이란을 벼랑 끝까지 몰아세운 뒤 공격 계획을 접고 물러선 전력이 있어 이번 경고 역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강하지 않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불과 석 달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확전을 감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미국의 무기 재고가 빠르게 줄어든 점 역시 추가 군사행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중국도 지난해 관세전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100% 관세 부과 위협에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산 대두 구매 중단으로 맞서며 미국의 취약한 지점을 공략했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후퇴를 끌어냈다.

4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광장에서 반트럼프 포스터를 든 여성. AFP=연합뉴스

4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광장에서 반트럼프 포스터를 든 여성. AFP=연합뉴스

유럽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초기에는 노골적인 아첨을 감수해서라도 유리한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양보할수록 요구가 커질 뿐이라는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4일 ‘트럼프는 계속 위협하고 세계는 움츠리지 않는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각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점차 무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유럽 지역 외교관은 각국 정상들이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 의향은 있지만, 그가 요구하는 실질적인 양보를 내줄 마음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브란도 베니페이 유럽의회 대미관계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적인 발표에 사람들이 익숙해지면서 더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러미 샤피로 유럽외교관계위원회 미국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허풍이 과거 효과를 발휘한 것은 미국의 막강한 힘과 오랫동안 축적된 외교적 자본에 기댔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자산을 소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샤피로 국장은 국제사회가 트럼프 대통령을 강압적이지만 상대의 저항에는 쉽게 위축될 수 있는 인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가 돌연 물러서는 일이 반복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타코’라는 별칭도 붙었다.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는 뜻의 영어 문장 ‘Trump Always Chickens Out’의 머리글자를 딴 표현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을 완전히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론도 여전하다.

한 유럽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수사와 허세에 즉각 반응하지 않으면 결국 위협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각국이 깨달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대이란 군사작전을 결행했던 사례를 들어 “트럼프가 매번 겁을 먹고 물러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재홍([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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