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는 5일 “저는 오늘 이 시간부로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한다”고 밝혔다.
추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늦기 전에 재정을 바로 세우고 도민의 삶과 경기도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결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경기도 재정상황 관련 기자회견’에서 재정 비상 선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추 지사는 재정 위기 대응 방안으로 도지사와 고위공직자의 각종 업무 경비 감액, 낭비성 예산 편성과 집행의 전면 중단, 공직 조직의 체질 개선, 세입 구조 정상화를 위한 제도 개혁 등을 제시했다.
또 일회성·선심성 행사와 불요불급한 사업은 즉시 중단하고 관행적으로 반복된 각종 연구용역과 민간위탁, 대행사업은 재평가하기로 했다. 실·국과 공공기관 간 인력 재배치도 추진한다.
아울러 지방소비세 확충과 기업 유치에 따른 세수의 합리적 배분, 국고보조사업의 과도한 지방비 부담 개선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할 방침이다.
추 지사는 현재 경기도의 재정 상황에 대해 “마른 땅에 풀 한 포기조차 남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끌어다 쓸 재원도, 위기를 미룰 여력도 남지 않았다”며 “그 대가는 고스란히 경기도민을 위한 민생예산의 부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재정위기를 이유로 민생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며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 등 반드시 확보해야 할 예산은 끝까지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지방채 9430억원을 발행했다. 이는 발행 한도인 9460억원의 99.6%에 해당한다. 지방채 발행은 2006년 이후 19년 만이다.
또 지난해 5월에는 용도가 정해진 기금을 일반회계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한 뒤 각종 기금 5588억원을 일반회계 등으로 전입해 집행했다.
추 지사는 민생예산 차질 사례로 올해 10월부터 12월까지 편성되지 못한 노인 장기요양 예산 1234억원을 비롯해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 육성 10억원, 친환경 우수 농축산물 학교급식 지원 34억원, 산후조리비 지원 80억원, 도교육청 유·초·중·고등학교 급식비 지원 584억원, 가족돌봄수당 지원 14억원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올해 약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계획이다. 추경 예산안은 다음달 도의회 임시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추 지사는 “기대했던 3기 신도시 개발에 따른 취득세 수입도 당초 650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23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을 유치해도 기업활동으로 발생하는 법인 지방소득세는 시군에 귀속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세입은 줄어드는데 재정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지금의 위기를 숨기거나 다음 세대에 떠넘기지 않고 도민들께 보고드리는 이유는 경기도의 미래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추 지사는 “경기도의회와 31개 시군, 1420만 도민, 모든 공직자가 원팀이 돼 현실을 직시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 지사는 “상당수 민생사업과 필수사업의 올해 예산을 9개월분만 편성한 것을 취임 직후 보고받았다”며 “더욱 심각한 것은 1420만 도민의 삶과 직결된 이 중대한 재정상황이 공직사회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고 그 심각성마저 충분히 인지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민선 9기 공약사업 추진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어 “지금 경기도는 공약사업을 추진하기는커녕, 이미 진행 중인 사업조차 온전히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