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지난 2분기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도 개인정보 유출 여파로 2021년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최대 적자를 냈다.
5일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연결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의 2분기 매출은 88억5600만 달러(약 13조3007억원, 이하 분기 평균 환율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증가했다. 지난 1분기(85억400만 달러)와 비교하면 8% 늘었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스1
하지만 수익성은 크게 악화했다.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은 5억5600만 달러(약 8350억원)로, 1억4900만 달러(약 20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1조443억원 감소했다. 이는 5000억원 대 적자를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보다 훨씬 큰 손실 규모다.
이로써 쿠팡은 지난 1분기(-3897억원)에 이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해 상반기에만 1조2247억원의 손실을 봤다. 최근 2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 대부분을 6개월 만에 반납한 셈이다.
영업손실의 대부분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인한 과징금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지난 6월 과징금 6246억원, 과태료 1680만원을 부과했다. 이 비용이 2분기 판매관리비(OG&A)에 반영되면서 손실 폭이 대폭 커졌다. 쿠팡의 2분기 판매관리비는 30억5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늘었다.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한국 원화가 미국 달러 대비 크게 약세를 보이며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달러를 기준으로 한 성장률은 사업의 실질적인 성장세보다 낮게 표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실적에 포함된 과징금은 사법 판단을 거쳐야 하며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지만, 일단 실적에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나타났던 ‘탈팡’(쿠팡 탈퇴) 움직임은 잦아들었다. 핵심사업인 로켓배송·로켓프레시 등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늘었고, 활성 사용자(실제 서비스 이용자)도 지난해 같은 기간(2390만 명)보다 3% 늘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데이터 사고(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영향을 받았던 지출의 대부분이 이미 회복됐고 현재는 사고 발생 이전과 같은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직 복귀하지 않은 고객을 제외한 전체 고객 지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했고 이는 지난해 2분기 프로덕트 커머스 성장률(17%)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이탈 고객들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 고객 감동 제공에 집중하고 로켓배송·쿠팡이츠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옥 기자
문제는 하반기에도 대규모 손실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쿠팡Inc 관계자는 “지난 6월 국세청이 법인세·부가가치세 신고 내용에 대한 세무조사를 마치고 추가 납부 세액으로 가산세·이자를 포함해 2억800만 달러(약 3000억원)를 납부하라고 통지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유통업계에선 쿠팡이츠의 ‘최혜대우 요구’(다른 플랫폼의 가격·할인·조건보다 불리하지 않게 동일한 대우 요구)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2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달 발생한 인천 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손실 3500억원도 3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쿠팡은 화재·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했지만, 대개 실제 손실을 반영한 후 보험금 수령까지 수년이 걸린다. 화재 관련 추가 부채와 비용, 해당 시설 파손이나 이용 불가에 따른 손실, 규제 당국 벌금 등이 실적에 포함될 수 있다. 예정된 손실이 다 반영된다면 올해만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편 예상보다 큰 손실에도 이날(미국 동부 기준 4일) 쿠팡 주가는 전날보다 0.36% 상승한 주당 16.78달러(약 2만4000원)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