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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경기도 재정 비상 선언 “마른 땅에 풀 한포기도 안 남았다”

중앙일보

2026.08.04 20:24 2026.08.05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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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경기도 재정 문제가 심각하다”며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한다”고 밝혔다. 추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경기도는 새로운 공약 사업을 추진하기는커녕, 이미 진행 중인 사업조차 온전히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더 늦기 전에 재정을 바로 세우고, 도민의 삶과 경기도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결단”이라고 재정 비상 상황 선언 이유를 설명했다.



추미애 “지방채 발행·기금 끌어다 쓰며 눈속임”

추 지사는 무분별한 지방채 발행 등을 재정 문제의 원인으로 꼽았다. 경기도는 지난해 3차례에 걸쳐 943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는 지방채 발행 한도인 9460억원의 99.6%에 육박한 수치다. 또 지난해 5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를 개정하면서 추경을 통해 경기도의 각종 기금에 있던 5588억원의 재원을 통합계정을 거쳐 일반 회계 등으로 사용했다. 남북협력기금의 경우 384억원 중 340억원을 예탁 이전해 현재 44억원만 남은 상태다. 추 지사는 “지방채 발행과 각종 기금을 끌어다 쓰는 눈속임으로 당장의 위기는 넘겼지만, 그렇게 하고도 올해 예산은 온전히 편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경기지사가 5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재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추 지사는 이날 '경기도 재정 비상'을 선언했다. 사진 경기도

추미애 경기지사가 5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재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추 지사는 이날 '경기도 재정 비상'을 선언했다. 사진 경기도

실제로 ▶노인장기요양 예산 약 1234억원 ▶소아응급책임의료기관 육성 약 10억원 ▶친환경 우수 농축산물 학교급식 지원 약 34억원 ▶경기도 산후조리비 지원 약 80억원 ▶도 교육청 유·초·중·고등학교 급식비 지원 약 584억원 ▶가족돌봄수당 지원 약 14억원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지원 약 29억원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운영지원 예산 약 291억원 등은 올해 10월부터 12월까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경기도의 전체 예산은 41조7000억원이지만, 경기도가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3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복지사업이나 국비 매칭사업, 시·군 조정교부금 등 사용처와 부담 규모가 정해져 있다고 한다.



재정 바로 세우겠다…‘재정 비상 상황’ 선언

추 지사는 “마른 땅에 풀 한 포기 남지 않은 것처럼 더 이상 끌어다 쓸 재원도 위기를 미룰 여력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정 위기 대책으로 ▶도지사와 고위공직자의 각종 업무 경비 감액 ▶낭비성 예산 편성과 집행 전면 중단 ▶공직 조직의 체질 개선 ▶경기도 세입 구조 정상화 위한 제도 개혁 등을 제시했다.

일회성·선심성 행사와 불요불급한 사업은 즉시 중단하거나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관행적으로 반복된 각종 연구용역과 민간위탁, 대행사업도 타당성과 효과를 재평가해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추 지사는 예정된 취임 100일 행사를 취소하고 기자회견으로 대체한다. 오는 10월 17일로 예정된 도민의 날 행사도 최소 예산으로 치르고, 각 부서에도 필요하지 않은 행사는 모두 정리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국회와 정부에도 지방소비세 확충과 기업 유치에 따른 세수의 합리적 배분, 국고보조사업의 과도한 지방비 부담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다.

추 지사는 “(재정 위기를) 바로잡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과 고통이 따를 것”이라면서도 “그 고통을 사회적 약자와 서민의 삶에 떠넘기지 않겠다. 불필요한 곳에서 먼저 줄이고 더 큰 책임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이 감당하는 공정한 재정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해법을 설명해달라”는 질문엔“도정이 너무 방대해 꼼꼼히 보고 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다”고 했다.



“추미애, 민선 8기 직격” 해석…“민선 7기도 원인 제공”

추 지사의 기자회견 발언을 놓고 지역 정가에선 같은 당 출신의 전임 지사인 김동연 전 지사를 직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경기도 재정문제를 전임자의 탓으로 돌리는 동시에 민선 8기가 추진한 ‘확장재정’과 다른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기도의 재정 문제를 민선 8기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선 7기도 한몫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열린 경기도의회 392회 임시회 4차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방성환 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은 “경기도는 지난 8년간(민선 7·8기) 코로나19 지원금 등을 이유로 7차례에 걸쳐 4조1957억원의 현금성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재원은 일반회계가 아닌 내부 기금으로 사용하고, 기금마저 부족해지자 지방채를 발행해 재정 악순환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기도는 민선 7기 이재명 전 지사 시절 총 2조7000억원 규모의 1·2차 전 도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총 1조9593억원을 재난관리기금·지역개발기금·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에서 빌려 충당했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경기도가 공식 결산에서 밝힌 빚은 4조 9848억원이고 여기에 기금에서 끌어다 쓰고 아직 갚지 않은 돈과 이자를 더하면 7조원이 된다”며 “이 빚은 2020년 1조 7693억원. 2021년 2조 9112억원으로 한 해 만에 64.5%가 늘었는데 2021년은 이재명 지사가 도정을 맡은 마지막 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추 지사가 오늘 ‘재정 위기가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 하루아침이 아닌 8년을 이재명 지사와 김동연 지사가 맡았다. 그런데 오늘 지목된 것은 민선 8기뿐”이라고 꼬집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도 입장문을 내고 “추 지사의 ‘7700억 감액 추경’과 ‘지출 구조조정’은 도민의 삶을 옥죄는 행위로 관련 피해는 서민과 소상공인, 취약계층에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또 “감액 추경은 의회가 의결한 예산을 줄이겠다는 것으로, 이는 도의회의 ‘예산 심의·의결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이를 무시한 기계적 감액과 집행부의 일방적 재정 손보기는 지난 8년간 행해진 방만한 행정은 뒤로 한 채 재정 비상이라는 명목으로 도의회와 도민을 무시하는 행태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도의회 더불어민주당도 “재정 위기 극복의 첫걸음은 의회와 집행부가 서로 충분히 소통하며 머리를 맞대는 것”이라며 “감액 추경 역시 일방적인 통보나 형식적인 협의가 아니라, 도민에게 꼭 필요한 예산은 지키고 불필요한 예산은 과감히 조정한다는 원칙과 방향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정 위기를 반복적으로 공론화하며 경기도민의 불안감만 키우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추 지사의 기자회견과 관련한 김 전 지사와 주요 정책 관련자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거나 즉답을 피했다.





최모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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