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한인, 탑승 대기중 검문 체류연장 신청 중에 잡히기도 "체류 증빙서류 늘 지참해야"
공항 보안검색대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배치된 가운데 승객들이 검색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주요 공항에서는 국내선 승객을 대상으로 한 이민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로이터]
공항 내 이민 단속이 국내선 승객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불시 신분 검사는 물론 신분 변경이나 체류 연장 신청이 계류 중인 경우에도 체포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국내선 여행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LA국제공항과 샌프란시스코국제공항, 덴버국제공항 등 주요 공항에서는 체크인 카운터는 물론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뒤 탑승·도착 게이트에서도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민자 권익단체 CHIRLA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가주 지역 공항에서만 10명이 ICE 요원들에게 체포됐다.
본지 제보에 따르면 한인 영주권자 김모씨는 지난달 30일 텍사스 휴스턴 공항에서 테네시 내슈빌행 항공편을 기다리던 중 불시 신분 검사를 받았다. 김씨는 이미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탑승 게이트 앞에 줄을 선 상태였다.
김씨에 따르면 교통안전청(TSA) 직원들은 승객들의 신분증과 탑승권을 다시 확인하고 일부 승객에게 국적과 체류 신분을 물었다. 김씨가 영주권자라고 답하자 영주권 카드 제시를 요구했고, 이를 확인한 뒤 탑승을 허용했다.
김씨는 “분명 만석이던 항공편이었는데 불시 검사 이후 빈자리가 생긴 채 출발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공항 내 이민 단속이 잇따르면서 이민법 변호사 사무실에는 국내선 이용이 가능한지를 묻는 문의도 크게 늘고 있다.
오완석 변호사는 “예전에는 여권이나 유효한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국내선 이용에 문제가 없다고 안내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불법체류자는 물론 신분 변경(COS)이나 체류 연장(EOS) 신청이 계류 중인 사람도 당분간 국내선 이용을 자제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COS나 EOS가 계류 중이면 합법 체류 상태지만, 최근에는 기존 비자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체포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변호사들은 합법 체류자라 하더라도 영주권 카드나 I-797, I-94, I-20, EAD 카드 등 자신의 체류 신분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뉴욕타임스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공항 단속 대상을 기존 추방명령 대상자에서 비자 만료자까지 확대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시민권자의 배우자와 취업비자 연장 신청자, 영주권 신청자 등 신분 변경이나 체류 연장 절차가 진행 중인 사람들까지 체포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J-1 비자가 만료된 뒤 합법적으로 체류 연장 절차를 밟던 샹탈 모랄레스 로하스(27)는 지난달 덴버 공항에서 오클랜드행 국내선 항공기 탑승 직전 사복 ICE 요원들에게 체포됐다.
NBC뉴스는 국토안보부(DHS)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공항 내 ICE 체포가 현재 하루 평균 20~40명씩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단속 확대는 TSA와 ICE 간 정보 공유 강화와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에는 라스베이거스 공항에서 사복 ICE 요원들이 비자가 만료된 호주 시민권자를 강제로 제압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이 남성은 현장에서 풀려났지만 다음 날 LAX에서 다시 체포됐다. 〈본지 7월 20일자 A-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