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구영 이태리양복점 대표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코리아타운 갤러리아 플라자 3층 새 매장에서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은퇴를 결심했던 40년 양복 장인의 발길을 돌린 것은 오랜 세월 함께한 고객들이었다. LA한인타운 맞춤 양복의 명가 ‘이태리양복점’을 운영해온 임구영(75) 대표가 고객들의 잇따른 만류에 은퇴 계획을 접고 다시 가게 문을 연다.
임 대표는 지난 2월 매장 리스가 끝나는 5월 말 영업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1985년 7월 윌셔 불러바드와 옥스포드 애비뉴 인근에서 문을 연 뒤 40년 넘게 이어온 맞춤 양복점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먼저 은퇴한 친구들과 “한인 커뮤니티의 큰 손실”이라며 만류한 고객들 때문에 한 달 전 계속 영업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임 대표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왔던 아이가 직장인이 돼 다시 찾아오고, 이제는 손자까지 데려오는 가족도 20여 가구 된다”며 “인생의 중요한 때마다 다시 찾아주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개업 초기부터 35년 동안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면 어김없이 매장을 찾은 타인종 고객도 있다. 30년째 단골인 줄리 한 씨 가족은 샌디에이고에서 LA한인타운까지 찾아와 양복을 맞춘다. 한 씨의 남동생은 첫 직장 정장을, 남편은 결혼식 턱시도를 이태리양복점에서 맞췄다.
텍사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LA까지 와 양복을 맞춘 고객도 있고 수년에 걸쳐 수백 벌을 주문한 단골도 있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한국인 선수인 박찬호 전 LA다저스 투수도 고객 가운데 한 명이다.
한국에서 은행원으로 일했던 임 대표는 새로운 삶을 찾아 1979년 미국에 왔다. 처음에는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우려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형에게 재단 기술을 배웠다. 이후 1985년 LA한인타운에 이태리양복점을 열었다.
개업 초기에는 단골들에게 연말마다 넥타이를 보내며 인연을 이어갔다. 40년 동안 윌셔가를 지키며 1992년 LA폭동도 견뎌냈다.
세월이 흐르면서 양복 시장도 크게 달라졌다. 한국의 외환위기 이후 저가 한국산 기성복이 미국 시장에 들어오면서 맞춤 양복 수요가 줄기 시작했다. 임 대표는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기성복을 들여와 함께 판매하며 변화에 대응했다.
한때는 취업을 앞둔 첫 정장과 결혼식 턱시도, 혼주 양복까지 한 번에 3~4벌씩 맞추는 고객이 많았지만 지금은 맞춤 양복이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한다. 주 고객도 운동선수처럼 체격이 크거나 기성복이 잘 맞지 않는 사람, 시니어 등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고객 재방문율은 70~80%에 이른다.
임 대표는 사업 비결을 ‘고객 중심’에서 찾았다. 이민 생활을 하는 한인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가격대를 지켜왔고, 100달러를 할인하는 대신 정장 바지 한 벌을 더 제공하는 방식이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임 대표는“고객 편에서 생각하고 조금 양보해야 신뢰가 쌓인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0월 갤러리아플라자 3층 푸드코트 옆에 새 매장을 연다. 계약 기간은 3년이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양복점을 지킬 생각이다.
임 대표는 “양복을 입고 만족해하는 고객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며 “이태리양복점은 나와 고객 모두의 보금자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