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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축제가 MITㆍ카이스트에 신곡을 의뢰하는 이유

중앙일보

2026.08.04 22:56 2026.08.05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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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인기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출연했던 지난해의 '힉엣눙크!' 중 한 장면. 사진 힉엣눙크!

프랑스의 인기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출연했던 지난해의 '힉엣눙크!' 중 한 장면. 사진 힉엣눙크!

올해 이 음악 축제의 시작은 ‘AI 살롱’이다. 오는 25일 헝가리의 비주얼 아티스트 데이비드 사우더(50)가 AI를 활용해 시각 예술과 음악을 결합하는 방식에 대해 소개하는 강연을 한다. 음악 축제는 내년 10주년을 맞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다음 달 3일까지 계속되는 음악제에 AI는 또 등장한다. 27일 소프라노와 바이올리니스트가 함께 하는 현대음악 연주에 사우더가 영상으로 참여하는 순서다.

‘힉엣눙크!’가 기술을 활용하는 일은 처음이 아니다. 이 음악제는 2021년 메타버스를 도입해 축제 청중을 새로운 곳에 초대했다. 2024년에는 MIT 미디어랩에 새로운 작품을 위촉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세계 초연했다. AI를 활용해 청중 각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음악을 조정하며 들을 수 있는 작품 ‘플로우 심포니’였다.

‘힉엣눙크!’를 이끄는 강경원(67) 예술감독은 e메일 인터뷰에서 “100~200년 전의 음악을 다루는 클래식 음악 분야는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현재의 변화와 멀어지기 쉽다”며 “최신의 기술을 도입하면서 동시대성을 중요한 가치로 삼으려 한다”고 했다.

강경원 '힉엣눙크!' 음악축제의 총감독. 시대의 흐름과 함께 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한 무대를 다수 선보인다. 사진 세종솔로이스츠

강경원 '힉엣눙크!' 음악축제의 총감독. 시대의 흐름과 함께 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한 무대를 다수 선보인다. 사진 세종솔로이스츠

10회째인 내년 축제에는 기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내년 세계 초연을 목표로 MIT 미디어랩, 카이스트 도시인공지능연구소와 함께 ‘서울 시티 심포니’를 준비하고 있다.” 이 음악은 서울에 대한 여러 정보를 이용해 AI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강 감독은 “시민들의 인터뷰, 서울의 움직임과 소리, 도시의 빅데이터를 음악적 재료로 바꿔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초상화를 그린다”고 설명했다.

강 감독의 출발은 바이올리니스트였다. 14세에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했으며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관심사를 넓혀 뉴욕대학에서 조직행동학을 공부했고 뉴스쿨 음악원에서도 바이올린 연주로 학위를 받았다. 1994년에는 남편인 강효(81) 전 줄리아드 음대 교수와 함께 세종솔로이스츠를 창단했다. 줄리아드 음대의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했던 세종솔로이스츠는 32년 동안 전 세계에서 700회 이상 공연했으며 현재 ‘힉엣눙크!’의 주요 출연진이다.

강 감독은 강효 교수와 함께 대관령국제음악제(현 평창대관령음악제)를 이끌며 한국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2004~2010년 부부가 함께 대관령의 축제를 이끌었다면, 2018년부터는 강경원 감독이 ‘힉엣눙크!’를 꾸려나가고 있다. 그는 “음악 외의 분야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고 있으며 특히 기술 관련 수업을 찾아 듣는다”라고 했다.

지난해 인기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함께 새로운 작품인 ‘키메라의 시대’를 소개한 아이디어도 이런 과정으로 나왔다. “‘힉엣눙크!’는 라틴어로 ‘지금 그리고 여기!’라는 뜻이다. 우리의 작업이 현재의 감각을 반영하고 ‘오늘의 음악’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이번 축제에는 영국의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지휘자 윤한결, 소프라노 서예리 등 40여명의 음악인이 출연한다. 구스타프 말러의 가곡, 100세가 된 헝가리 작곡가 죄르지 쿠르탁의 작품, 마르셀 프루스트의 작품을 소재로 한 음악을 서울 예술의전당, 일신홀, 주한헝가리 문화원 등에서 들을 수 있다.

강 감독은 “문학과 음악,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장면을 상상하며 음악제를 시작했고 하나씩 실현하고 있다”며 “이제 관객도 음악제의 정체성을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아직도 꿈꾸는 것은 새로운 광경이다. “관객이 익숙한 아름다움뿐 아니라 낯설고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나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김호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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