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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거지될 판…폭염지원금 안주나요” 자조 섞인 비명 터진 이유

중앙일보

2026.08.04 23:57 2026.08.0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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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업체를 운영하는 박모(27)씨는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얼마 전부터 무더위를 피하고자 택시를 타고 있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다 보니 업무에 지장을 줄까 염려해 짧은 거리라도 택시를 이용한다. 직장인 이모(26)씨도 상황이 비슷하다. 그는 “푹푹찌는 더위에 택시 애플리케이션을 만지작 거리다 결국 유혹을 참지 못하고 콜택시를 부르는 날이 잦아졌다”고 했다. 서울 택시 기사 노모(48)씨는 5일 “무더위와 휴가철이 겹치면서 거리에 손님이 많이 줄었다”면서도 “걷기 싫으니까 300~400m 같은 짧은 거리를 가시는 손님은 되레 늘었다”고 전했다.

서울 전역을 비롯해 수도권 곳곳에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되는 등 극심한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이로 인한 지출도 증가하고 있다. 시민들은 야외활동을 자제하고자 짧은 거리에도 택시를 이용하거나 배달플랫폼 이용을 늘리고 있는데, 이런 ‘폭염 비용’은 고스란히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갈 힘 없어 배달시켰다” “가스 불 올릴 자신이 없다”는 글과 함께 배달 음식을 인증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더위 때문에 같은 건물 지하에서 위층으로 배달을 가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모(22)씨는 “더워서 집 안에서 요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매번 밥을 사서 먹거나 배달로 먹게 되니, 5~6월 대비 최근 배달비 지출이 약 1.25배 정도 증가한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모(32)씨도 “너무 더우니까 불 앞에 서기 싫어서 즉석식품을 사서 먹거나 외식이 늘어 5월보다 카드값이 1.5배는 늘었다”며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사 먹는 일도 많아졌다”고 했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쇼핑몰을 찾은 시민들이 주말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쇼핑몰을 찾은 시민들이 주말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기상청은 5일 오전 10시 경기 광명·연천·포천·가평·남양주·의왕·화성·양평동부·양평서부와 충남 청양, 인천남부에 최상위 폭염특보인폭염중대경보를 추가로 발령했다. 전날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에 발령된 폭염중대경보가 확대되면서 수도권 43%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상황이 됐다.

극한 더위에 여름철 가장 큰 걱정거리인 냉방비 문제는 뒷전이 됐다. 직장인 이모(30)씨는 “사실상 생존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아예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더워서 스트레스를 받느니 돈을 좀 더 내고 온종일 에어컨 아래 있는 편이 낫다”고 했다.

폭염을 피해 시원한 실내 공간을 찾는 시민이 늘면서 지난달 25일부터 2일까지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방문객 수도 직전 주보다 각각 30%, 14%, 15% 증가했다. 주부 박모(31)씨는 “어린이집이 방학이라 아이와 종일 함께 있는데, 너무 더워 야외 활동은 어렵다”며 “돈을 쓰더라도 카페나 쇼핑몰 같은 곳만 찾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에서 한 직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에 나서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에서 한 직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에 나서고 있다. 뉴스1




‘폭염’ 주머니 사정 부담으로 이어져

한국은행이 지난해 9월 펴낸 ‘극한기상 현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지속성 평가와 비선형성 여부 판단’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오르는 기상충격이 발생하면 국내 소비자물가가 0.055%p 상승하며, 이 효과는 24개월 이상 지속됐다. 기상충격의 강도가 클수록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도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에는 “폭염 국가재난 상황으로 봐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 말에 “폭염 재난 지원금은 안 주는 것이냐”는 취지의 관련 게시글도 여러 개 등장했다. “폭염 때문에 거지 되겠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나온다
폭염이 이어진 지난 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1호선 인천터미널역 앞에서 시민들이 손 선풍기와 양산을 들고 출근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이 이어진 지난 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1호선 인천터미널역 앞에서 시민들이 손 선풍기와 양산을 들고 출근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 매년 반복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폭염으로 인한 이런 소비는 트렌드로 굳혀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변민철.노유림.최혜리.한찬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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