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추경호 대구시장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심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쇄신파로 불리는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잇따른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당 운영 등을 놓고 ‘민심과 괴리된 정치’, ‘반성과 성찰이 없는 정치’라고 비판해왔던 이들이 외려 부적절한 언행과 행동으로 논란을 빚자 당내에선 “장 대표의 기만 살려준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초·재선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이자 친한계인 서범수 의원은 4일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 의원은 4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인 김진주씨(가명)와 함께 연 ‘보완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렸다’ 간담회 전 사격선수 출신인 진종오 의원에게 “돌려차기 한 판 하라”고 말했다. 진 의원도 “발보다 손을 더 잘 쓴다”는 취지로 맞장구를 쳤다. 두 의원은 사건 직후 “전적으로 저의 잘못”(서 의원), “변명의 여지가 없다”(진 의원)고 고개를 숙였지만, “용기를 낸 김씨의 진정성과 간담회의 취지까지 덮어버릴 수 있었던 최악의 실수”(3선 의원)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장동혁 대표도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적절하다는 수식으로 끝낼 일이 아닌 것 같다. 실수로라도 해선 안 될 발언”이라며 “당 대표로서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서 의원을 겨냥했다. 서 의원 징계요청서가 접수된 걸 두곤 “적절한 조치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했다. 손수조 미디어대변인은 5일 서 의원을 향해 “의원직을 조용히 내려놓으라”고 했고, 김효은 대변인은 “피해자의 피눈물을 가십거리로 소비한 잔인한 2차 가해”라고 날을 세웠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두고 야당 공세를 방어하던 더불어민주당도 역공을 폈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자의 고통을 조롱한 2차 가해이자 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인권 감수성마저 저버린 망언”이라고 비판했고, 강준현 수석대변인도 “사과로만 끝낼 일인가”라고 거들었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대여 투쟁 국면에 재를 뿌렸다”(초선 의원)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형사소송법 개정안으로 대여 투쟁을 하고 있는데, (실언 논란으로) 이슈가 덮이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한 지도부 인사는 “예민한 국면에서 외려 쇄신을 주장했던 이들이 민주당에 공격의 빌미를 준 게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22대 후반기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 기준에 불만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았던 권영진 의원이 27일 국회 내 원내대표실을 방문해 사과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 의원뿐 아니라 대안과 미래 소속이자 친오세훈계로 분류되는 권영진 의원도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권 의원은 지난달 23일 후반기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에 불만을 표출하며 정점식 원내대표와 송언석 전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아 ‘멱살 논란’을 자초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권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고, 권 의원은 전날 밤 “경솔한 언행으로 누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며 대안과 미래를 탈퇴했다.
비슷한 시기 소속 의원 두 명이 잇따라 물의를 빚은 대안과 미래의 분위기도 뒤숭숭해졌다.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은 “당 쇄신이 시급한데 친장동혁계에 공격용 땔감을 줬다. 답답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