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5일 전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의 수사권이 전면 폐지된 것에 관해 “기존 검·경 합동수사본부 등을 어떻게 처리할지 점검해서 미리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등 업무보고에서 “합수본 운영 근거가 매우 취약하다. 사실상 없는 상태”라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보고를 받고 이처럼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행안부·경찰청·법무부·검찰청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정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보이스피싱 ▶금융·증권·가상자산 범죄 ▶초국가범죄 ▶마약 범죄 합수본 또는 합동수사부의 민생 침해 범죄에 대한 총력 대응을 상반기 성과로 보고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검사 수사권 폐지로) 지금까지 하고 있던 검·경 합수본을 해체해야 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할 수 있다”고 답하자, 옆에 있던 정 장관은 “검사가 수사에 참여하게 됐을 때 증거능력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공소유지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형소법이) 수사를 금지하지 않았으면 (합동수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정 장관은 “일체 수사의 법적 근거가 없어졌다”고 했다.
합수부 존폐 문제를 두고 혼선이 일자 이 대통령은 “그럼 합수본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조원철 법제처장이 나서 “중수청이 사실상 그 역할(기존 검찰 수사)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고, 그것으로 부족한 경우 공소청 검사들이 법적 조언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는 중·경 합수본이 되고, 검사는 합류하더라도 조언하고 필요하면 영장을 신속히 청구하는 정도겠네요”라며 “중수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요 사건들에 대한 합수본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닥쳐가지고 하면 문제가 될 테니까 미리 좀 하면 좋겠다”고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에게 "검사의 수사권 폐지에 따라 합동수사본부 참여 근거가 사라졌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형소법 개정으로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사라진 데 대해선 여전히 우려를 표하면서도 “대비 방안을 최선을 다해 강구하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와 기소가 명확하게 분리가 되는데, 국민들의 걱정이 사실 많다”며 “전에는 (경찰이) 사건을 봐주고 싶어도 검찰로 어차피 다 넘어가니까 함부로 하기가 어려운데, 이제는 내부 문제로 걸리지만 않으면 사건을 암장하는 게 매우 쉬워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수십년 동안 해 왔던 제도를 통째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에 적응하고 맞춰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검사도 (경찰의) 불송치 송부 사건을 무신경하게 보지 말고 잘 본 뒤 재수사를 요청하는 것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중요한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와 행안부, 검찰과 경찰이 각각 엇갈린 입장을 내놓으면서 업무보고 현장에는 잠시 긴장감이 흘렀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정 장관과 윤 장관을 바라보면서 “두 분 원래 친하시잖아요”라며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윤 장관이 “안 친했던 적이 없다”고 말하는 동안 정 장관이 웃으며 고개를 가로젓자, 이 대통령은 “두 분 사이가 엄청 나빠진 모양인데”라고 농담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제도라고 하는 게 한 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고칠 수 있으면 보완하는 방법도 있다”며 “실무 단위에서도 모든 가능한 경우를 최대한 대비를 할 수 있게 협의를 잘해서 방법을 찾아보라”고 당부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윤호중 행안부 장관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이 "두 분 원래 친하시잖아요"라고 말하자 웃음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 장관은 최근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사직 의사를 밝힌 상태지만,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그의 거취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대신 전날 국무회의가 끝나고 회의장을 나서면서 정 장관에게 웃으며 “잘 하시고, 잘 버티시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경찰 비대화에 따른 보완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나,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은 행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