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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세 번 모두 육군”…李, 사관학교 통합 속도전 주문

중앙일보

2026.08.05 02:47 2026.08.0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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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을 둘러싼 반발에 대해 “쿠데타를 세 번이나 한 중심이 육사인데 한 번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론 수렴 중인 통합안에 속도전을 주문한 것이지만, 특정 사관학교 책임론을 공개 거론하면서 군 안팎에선 “정치적 보복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외교·안보 부처 업무보고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군사 쿠데타가 몇 번이었나”라고 물은 뒤 “다 육군에서 벌어진 일이고 육사 출신들이 한 일인데 책임을 물은 일이 있나”라고 따졌다. 안 장관이 “없었다”고 하자 “앞으로 또 할 수도 있지 않나. 누가 또 할 줄을 상상했겠나”라고 되받았다.

이어 12·3 비상계엄을 거론하며 “대한민국이 민주화됐는데 육군 장성들이 동조해 군사 친위 쿠데타를 할 걸로 누가 생각했겠나”라며 “성공했으면 주민자치센터에 육군 대위들이 앉아 감시하고 언론사마다 부사관들이 가서 인터넷 검열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육사 편중 인사도 도마 위에 올렸다. 이 대통령은 전체 장성 375명 중 육사 출신이 절반을 넘는다는 국방부 측 답변에 “하위 장교 중 육사 출신은 얼마 안 되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육사가 거의 다 독점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관학교 통합 문제에 대해 “신속하고 강력하게, 빨리 (추진을) 하라. 얘기만 하고 진척 속도는 조금 그렇다(느리다)”고 촉구했다.

이에 안 장관이 “굉장히 힘든 과정을 밟는 중”이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세상에 힘들지 않은 개혁이 어디 있나”고 반문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발언에 군 안팎에선 당혹감이 흘렀다. 일부 군인의 일탈을 교육기관 전체의 책임으로 돌리고 출신별 갈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육사 총동창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특정 교육기관 전체의 책임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국가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대전 자운대에 4년제 통합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달 26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여론을 수렴해 10월에 상세 계획을 내놓고 설치법 제정을 연내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 공여지 반환 문제도 직접 짚었다. 이 대통령은 “평택기지를 돈을 엄청나게 들여 다 지어줘서 입주했는데도 원래 비워주기로 한 걸 아직도 안 비워주는 데가 많다”며 “선불로 주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안 장관이 “444만 평에 10조원 넘게 들어갔다”고 하자 “거의 핑계에 가까운 이유로 안 넘겨주고, 넘겨줬는데도 쓰지 못하게 한다. 너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안 장관은 “미군 측이 소극적”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앞선 모두발언에서도 “어떤 외부의 도움도 없이 우리 스스로 지켜나가는 자주국방이 가장 큰 과제”라며 “주권의 일부인 군 지휘권도 스스로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전시작전통제권 회복 로드맵을 올해 안에 완성하고 10월 제58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완전운용능력(FOC) 검증과 회복 시기 결정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 통일부, 국방부(병무청·방위사업청), 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서 한성숙(가운데) 국무총리가 조현 외교부 장관,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 통일부, 국방부(병무청·방위사업청), 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서 한성숙(가운데) 국무총리가 조현 외교부 장관,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이 대통령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북정책 구상에 공개 제동을 건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정 장관은 “‘주적’ 등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며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전날 기자들과 만나 ‘주적’을 대신할 표현으로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사용했던 ‘위협’이 적절하다”고 한 데 이어서다. 또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참여하는 4자 대화를 통해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는 논의에 착수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정 장관이 보고를 마치자 이 대통령은 웃으며 “여기 업무보고에서 (정 장관이) 발표했다고 (내가) 승인한 건 아니다”라며 거리를 뒀다. 특히 북한 호칭을 바꾸는 문제를 두고 “선의로 하는 일이 왜곡되거나 과장돼 오히려 반통일·반평화·반공존의 무기가 되는 수가 있다”며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에 휘말리면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의 대선 공약인 9·19 군사합의 복원에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인지 약간 의문이 들 때도 있다”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조현 외교부 장관도 업무보고 뒤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 구상에 온도 차를 드러냈다. 조 장관은 4자 대화 구상을 “이상주의적 바람”이라고 평가한 뒤 “디스카운트를 좀 해달라”고 했다. 확정된 정부 방침이 아니라 통일부의 희망 섞인 제안으로 봐 달라는 취지다. 정 장관이 검토하겠다고 밝힌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 참석에 대해서도 “사실은 외교부가 검토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통일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구상에 외교부 장관이 곧바로 유보적 입장을 내놓으면서 두 부처 간 신경전이 노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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