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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건 지킨다…정상 지키는 덕수 비결

중앙일보

2026.08.05 08:01 2026.08.0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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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최강의 위상을 자랑하는 덕수고의 정윤진 감독(가운데)과 3학년 선수들. 제60회 대통령배에서도 정상을 밟았다. 전민규 기자

고교야구 최강의 위상을 자랑하는 덕수고의 정윤진 감독(가운데)과 3학년 선수들. 제60회 대통령배에서도 정상을 밟았다. 전민규 기자

지난 4일 방문한 서울 왕십리 덕수고 야구부 운동장. ‘무덥다’는 표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폭염 속 그라운드를 훈련 중인 선수들이 더욱 뜨겁게 달궜다. 연신 기합 소리를 내는 그들의 유니폼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불과 며칠 전 전국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이라고는 믿기 힘든 훈련 강도였다.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제60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에서 유신고를 꺾고 정상에 오른 덕수고 사령탑 정윤진(55) 감독을 만났다. 지난 2007년 모교 지휘봉을 잡은 이후 20년간 각종 전국대회에서 통산 18차례 우승을 일궈내 ‘고교야구 역대 최다 우승 사령탑’으로 주목 받는 그에게 무너져가는 운동부 교권의 현실과 한국 학생야구가 나아갈 방향을 물었다.

정 감독이 이끄는 덕수고 야구부는 규율을 앞세운다. 모든 선수들이 머리를 짧게 깎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자율’이라는 간판 아래 느슨함마저 느껴지는 여러 다른 팀과 분위기부터 다르다.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 감독의 생각은 확고하다. “고교야구부 감독도 엄연한 선생님이다. 매년 달라지는 사회적 분위기와 아이들의 눈높이를 무시할 순 없지만, 결국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학생다움’을 강조해야 한다”고 언급한 그는 “덕수고는 오래 지켜온 전통을 바탕으로 선수들이 스스로 선을 지키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덕수고가 자타공인 고교야구 최강으로 자리매김한 비결 또한 마찬가지다. 주어진 틀 안에서 기강을 지키며 실력과 성적으로 증명한다. 정 감독은 “야구 교권을 지키기 위한 정답은 없다. 다만 중학생 시절부터 눈여겨보며 스카우트한 아이들의 눈높이를 어떻게든 맞춰 가려 애쓴다”면서 “때로는 일부러 ‘엄한 스승’이 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야구계는 배재고 야구부 응원 논란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일부 학생들의 도를 넘은 응원 구호가 상대팀 선수들과 팬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용서와 선처로 일단락됐지만, 학생야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무거운 화두를 남겼다.

정 감독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고교야구 일각에 오로지 승리만을 추구하는 일그러진 응원 문화가 뿌리내린 게 이번 사태로 번졌다”면서 “현장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 상대를 비방하는 행태를 현장에서 즉시 제재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일회성 해프닝으로 잊혀선 곤란하다. 다행히 지도자들 사이에서 그릇된 응원 문화를 바로잡자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다음 달 대만에서 열리는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사령탑으로 한국 선수단을 이끈다. 관련해 “이제 한국 고교야구는 대만에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고 언급한 그는 “지난 10여 년간 선수 보호 및 학습권 보장을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지만, 그 과정에서 현장 상황과 어긋나는 해결 과제들이 함께 쌓였다”고 진단했다. 이어 “매년 공회전을 거듭하는 알루미늄 배트 재도입 문제, 실효성이 떨어지는 투구 수 제한 규정, 주말리그 일정의 현실화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한국 고교야구의 질적 향상과 경쟁력 회복을 위해 지도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댈 공론의 장이 조속히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봉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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