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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340) 지부상소하는 바람

중앙일보

2026.08.05 08:02 2026.08.0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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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시인

유자효 시인

지부상소하는 바람
김춘랑(1936∼2013)

황야를 휘달리는 바람 갈기 보았느냐
지쳐서 떠도는 넋 시린 발을 절둑여도
오만한 권부의 용마루 불화살을 겨냥한다.

징 울려야 가슴 여는 야사(野史)를 아느냐며
눈과 귀 더 크게 뜨고 젖고 젖은 곳 살피라며
시퍼런 은유의 날로 뉘 가슴에 칼 꽂는다.

하늘이 백성 내린 뜻 아둔한 자 모르거늘
끝내 꺾이지 않을 무릎뼈 곧추세워
궐문 밖 봉두난발로 도끼날을 번득인다.
-우리시대 현대시조 100인선

시조의 비판 의식
지부상소(持斧上疏)란 죽을 각오로 도끼를 들고 가서 임금에게 상소하던 일을 말한다. 시인은 현대에 왜 지부상소를 하려는가? 그것은 ‘오만한 권부(權府)의 용마루’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이기에 ‘시퍼런 은유의 날로 눈과 귀 더 크게 뜨고 젖고 젖은 곳 살피라’고 호소한다. 하늘이 왜 백성을 내었는가? ‘궐문 밖 봉두난발로 도끼날을 번득’이는 시인의 지부상소다.

백성의 부르짖음을 모르는 척 외면해서는 안 된다. 백성은 물과 같아 배를 얹고 가지만 때로는 뒤집을 수도 있는 것이다.

김춘랑 시인은 현실 참여의 시조를 많이 썼다. 서슬 퍼런 시인의 비판 의식을 잘 드러낸 시대의 작품을 본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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