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고 어지러운 상태를 표현할 때 우리는 시장을 들먹이곤 한다. 그런가 하면, 과거 시험장에서 시제(試題·시험 제목)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으려고 몸싸움까지 벌였다는 데에서 유래한 ‘난장(亂場)판’은 어지러운 장소를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 이익이 오가는 시장은 더러 다툼이 생겨 난장판이 되기도 한다. 난장판이 되는 원인은 바로 이익 즉, 돈 때문이다. 그래서 돈은 시끄러운 판에 있다고들 말한다. 다툼이 있는 시끄러운 판에서 치열하게 돈을 번다는 것은 스릴 넘치는 ‘즐거움’일 수 있다.
鬧:시끄러울 뇨, 裏:속(inside) 리, 靜:고요할 정. 돈은 시끄러운 판에 있고 조용한 곳에서는 몸이 편하다. 35x69㎝.
전에도 언급했듯이 ‘즐거움(樂)’과 ‘기쁨(悅)’은 그 뜻이 다르다. ‘樂(즐거울 락)’은 나무 받침대(木) 위에 큰북(白)과 작은 북(幺)을 얹은 모양이어서(물론 다른 해석도 있지만) ‘북 치며 즐겁게 논다’는 뜻이다. ‘悅(기쁠 열)’은 마음(忄=心)의 작용으로 인해 사람(儿=人)의 입(口)이 여덟 팔(八)자 모양으로 빙긋이 벌어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다. 그러므로 ‘즐거움’은 돈이나 북소리와 같은 외부의 자극으로 인해 내 몸이 즐거워짐을 말하고, ‘기쁨’은 내 안의 감동과 깨달음으로 인해 마음이 기뻐서 입이 빙긋해짐을 말한다. 외부로부터 돈이 들어오는 시장은 시끄럽더라도 즐거운 곳이고, 나를 돌아보며 깨달아 기쁨을 얻는 곳은 대개 조용한 곳이다.
삶은 즐거움도 필요하고 기쁨도 필요하다. 떠들썩한 시장도 필요하고 한적한 산속도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떠들썩하게 돈 벌어서 즐기는 데에만 집착하고, 조용히 깨달아 기쁨을 얻는 데에는 등한한 것 같다. 만년에야 돈 벌어 행복을 산 게 아니라, 행복 팔아서 돈을 샀음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돈을 버느라 너무 애쓸 일이 아니다. 떠들썩함과 조용함, 돈의 풍요와 마음의 깨달음이 조화를 이루는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