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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훈의 푸드로드] 이열치열의 복날은 간다

중앙일보

2026.08.05 08:12 2026.08.0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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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

‘복달임’은 복날에 그해의 더위를 이기기 위해 고기로 국을 끓여 먹는 우리의 식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과거의 기록을 보면 이 복달임이 반드시 고기로 국을 끓여 먹는 것으로 한정되진 않았다. 예전에는 냉방기가 없으니, 산속의 서늘한 약수터에 가서 약수를 마신다거나, 냇가에서 시원하게 발을 담그다 물고기를 잡아 요리해 먹는다거나 하는, 더위를 극복하고자 하는 다양한 문화가 있었다. 그 여러 방법의 하나가 이열치열(以熱治熱)이었고, 고기를 푹 끓여 뜨거운 국물을 마시며 땀을 흘리며 보양하는 것이 그 실천 방식이었다.

개고기 끓여 먹는 복달임은 옛말
삼계탕도 봄·가을·겨울 섭취 늘어
변치 않는 건 건강 기원하는 마음

다양한 사료를 보면 조선 시대에는 복날에 닭고기보다는 개고기를 먹는 것이 더 일반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는 밭을 갈아야 했고, 돼지는 우리 한반도 남쪽에서는 흔히 기르는 가축이 아니었으므로 식용으로 가장 흔한 가축은 개와 닭이었다. 뿐만 아니라 왕실의 의례를 규정하는 유교 경전인 『주례(周禮)』에서도 소·돼지·양과 더불어 개를 왕실의 식용 가축으로 제시하며, 왕실 제사에의 사용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 『주례』를 왕실의 예법의 핵심 근거로 삼은 유교 국가 조선에서 개를 식용으로 사용했던 건 그 시대 정신으로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당연히 유교 국가의 백성이 복날에 개장국을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문화였다.

식문화는 변한다. 근현대에 들며 서울의 소위 ‘있는’ 집안에서부터 닭과 함께 귀하디귀한 인삼을 푹 끓인 삼계탕을 복달임으로 먹으면서, 삼계탕이 복달임의 상위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지나며 개는 식용 가축의 자리를 떠나 반려동물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 개를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그때는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잘못된 일이 되었다. 2024년에 제정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은 내년 2월 7일부터 대한민국 땅에서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 보신탕은 이제 공식적으로 이 땅에서 사라진다. 이렇게 식문화는 시대정신에 따라 변화한다. 우리는 지금 삼계탕이 복달임 문화의 중심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빅데이터 기업 ‘오픈 서베이’가 수집·관리하고 있는 음식 섭취 데이터베이스인 ‘푸드 다이어리’에 나타난 우리 국민의 삼계탕 섭취 관련 데이터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관찰된다. 2022년부터의 2025년까지의 삼계탕 섭취를 분석해보면 전반적으로 섭취의 감소가 관찰된다. 그런데 복날이 없는 계절인 봄·가을·겨울의 삼계탕 섭취를 연도별로 비교해보면 지난 3년간 오히려 섭취가 4.4% 증가했다. 특히 간편식을 통한 삼계탕 섭취가 동 기간 두배 이상 섭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섭취가 감소하였다는 것은 여름에 삼계탕 섭취를 줄였다는 것이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복날이 몰려 있는 여름철 삼계탕 섭취는 무려 53.4%나 감소했다. 집에서 삼계탕을 직접 조리해 먹는 것은 52.6% 감소, 삼계탕 간편식 섭취는 55.1% 감소, 배달을 포함한 외식에서의 삼계탕 섭취는 51% 감소했다.

반면에 가을과 겨울의 삼계탕 섭취 추이의 변화는 더 흥미롭다. 오히려 동기간 가을에는 10.8%, 겨울에는 15.3% 증가했다. 간편식 섭취의 증가가 가장 급격하지만, 직접 조리 및 외식에서의 섭취도 꾸준히 증가 중이다. 뜨끈뜨끈한 삼계탕 국물은 이제 호호 추운 겨울에!

올여름 편의점 GS25에서는 흥미로운 발표를 했다. 지난해 복날 시즌 보양식 관련 매출을 분석하니 삼계탕 이외의 메뉴 비중이 61.2%였고, 이는 2024년보다 7.7%포인트, 2023년보다 29.3%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삼계탕이 아닌 장어와 치킨의 판매가 급격히 증가했다. 외식 전문 플랫폼인 캐치테이블에서도 식당 예약 데이터를 바탕으로 삼계탕의 수요가 다양한 닭고기 요리와 다른 보양식으로 이동하는 것이 관찰된다고 한다. 식문화는 변한다.

복날은 여전히 돌아오지만, 복달임의 방식은 시대와 함께 달라지고 있다. 보신탕에서 삼계탕으로, 그리고 삼계탕에서 장어와 치킨, 그리고 무언가로. 변하지 않는 것은 더위를 이겨내고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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