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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시켜 먹고 300m 거리도 택시…“폭염 거지 될 판”

중앙일보

2026.08.05 08:13 2026.08.0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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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업체를 운영하는 박모(27)씨는 얼마 전부터 가까운 거리도 택시를 이용한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져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여서다. 서울 택시 기사 노모(48)씨는 5일 “무더위에 걷기 싫으니까 300~400m 같은 짧은 거리를 가는 손님은 되레 늘었다”고 전했다.

연일 폭염이 지속되면서 관련 지출도 증가하고 있다. 택시뿐 아니라 배달 플랫폼 이용이 늘어나는 등 이런 ‘폭염 비용’은 고스란히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모(22)씨는 “더워서 집 안에서 요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매번 밥을 사서 먹거나 배달로 먹게 되니, 5~6월 대비 최근 배달비 지출이 약 1.25배 증가한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모(32)씨도 “불 앞에 서기 싫어 외식을 하다 보니 5월보다 카드값이 1.5배는 늘었다”고 했다.

극한 더위에 여름철 가장 큰 걱정거리인 냉방비 걱정도 미뤘다. 직장인 이모(30)씨는 “사실상 생존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아예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말했다. 폭염을 피해 시원한 실내 공간을 찾는 시민이 늘면서 지난달 25일부터 2일까지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방문객 수도 직전 주보다 각각 30%, 14%, 15% 증가했다.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5일 서울 노원구와 구로구는 각각 39.2도와 38.9도까지 올랐다. 극한폭염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일과 6일 예정된 프로야구 경기를 모두 중단했다. 전날 경기를 관람하던 관중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등 온열질환자가 집단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온열질환 우려에 따라 경복궁 수문장 교대 의식과 입직 근무를 경보 해제 시까지 중단했다. 수문장 근무 중단은 처음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온열질환 사망자는 21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20명)을 추월했다. 4일 하루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도 198명으로 이 중 한 명이 숨졌다.

밤 기온이 30도를 넘는 초열대야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5일 새벽 서울 동작구 기상청 관측소 기준 최저 기온이 30.1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밤 최저 25도 이상)는 12.1일로 1973년 집계 이래 역대 가장 길었다. 임보경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 사무관은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많아진 대기 중 수증기가 밤사이 복사냉각을 약화시켜 낮에 오른 기온이 떨어지지 않고 열대야 발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9월 펴낸 ‘극한기상 현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가 0.055%포인트 상승하며, 이 효과는 24개월 이상 지속됐다. 온라인에는 “폭염 국가재난 상황으로 봐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 말에 “폭염 재난 지원금은 안 주는 것이냐”는 취지의 관련 게시글도 여러 개 올랐다. “폭염 때문에 거지 되겠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등장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 매년 반복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폭염으로 인한 이런 소비는 트렌드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변민철.노유림.최혜리.한찬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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