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지난달 25일 카스피해에서 이란 화물선을 드론으로 공격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뿐 아니라 그 동맹국도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란의 화물선을 공격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북한도 공격할 수 있을까.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그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크라 “북·러 추가 파병 논의”
북을 잠재 군사 위협으로 간주
러 영해서 지원 차단 나설 수도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북한을 공격할 명분이 충분하다.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1만 4000여 명의 병력을 보낸 쿠르스크 전투는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러시아를 향한 북한의 지원은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미사일과 포탄 등 군수 물자를 러시아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서 발사돼 자국을 타격한 미사일이 북한산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올해 들어 러시아가 북한산 미사일을 사용한 첫 사례다. 북한 지도부는 우크라이나를 ‘서방의 하수인’로 묘사하며 러시아의 침략 행위와 이에 대한 북한의 참여를 미화하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가 이란 선박을 공격한 당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과 러시아가 3만 명의 북한군 추가 파병을 논의 중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북한 관련 우크라이나 측의 일부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적도 있지만, 지난달 20일 러시아를 찾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나 관련 논의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군의 추가 파병이 이뤄질 경우 이들이 실제 전투가 아닌 후방 임무만 맡더라도 러시아군이 최전선으로 나갈 수 있게 된다.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 힘을 싣게 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북한이 잠재적인 위협인 셈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을 대공세’에 대비해 북한군의 추가 파병이나 군수 물자를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아가 우크라이나와 북한의 거리를 고려하면 이란 선박 공격 때보다 확전 가능성이 크지 않다. 또 2024년 북한과 러시아가 한쪽이 공격받았을 때 자동 참전하는 내용의 ‘동맹 조약’을 이유로 들며 국제사회에 대북 공격 명분을 설명하기도 쉽다. 만약 우크라이나의 북한 공격이 성공한다면 승자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의 북한 공격이 가능할까. 이란 공격 당시 우크라이나는 이란 영토 내 표적을 직접 겨누지 않고, 러시아 영해에 머물던 이란 선박을 타격했다. 북한 역시 대러 지원 물자 대부분을 해상으로 운송하기 때문에 북한 군수 물자를 실은 선박이 러시아 영해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우크라이나는 제3국 항구를 통해 사거리 3000㎞가 넘는 최신 드론을 선박에 실어 태평양으로 가져간 뒤 발사하는 방식으로 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복잡한 방공망과 재밍을 뚫어야 했던 이란을 공격한 작전보다 오히려 (러시아 영해에서) 북한을 공격하는 게 난이도가 낮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실행 가능한 시나리오다.
실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이뤄진다면 평양은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외부의 공격을 받는 것이기에 극도로 반발하는 한편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즉각적인 반응은 보다 강력한 보복 위협이겠지만 결국 우크라이나가 확전의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북한의 반(反)드론 방어망은 취약해 최고 지도부 안가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다. 결국 이란이 확전을 원치 않았던 것처럼 북한 역시 확전을 피할 외교적 명분을 찾으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김정은의 위신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상당한 정치적 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북한은 추가 공격으로 인한 체제 불안과 수치심을 막는 동시에 쏠쏠한 대러 군사 거래가 강제로 중단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보통 북한은 수세에 몰렸을 때 협상에 나선다. 가장 가능성 큰 시나리오는 공격 중단 약속을 대가로 파병을 철회하는 ‘지저분한 타협(shabby deal)’일 것이다.
이 모든 시나리오가 소설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드론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과 전략적 혁신으로 상대의 허점을 찔러온 우크라이나의 전쟁 패턴에는 부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