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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칼럼] 노무현을 소비하는 방식

중앙일보

2026.08.05 08:22 2026.08.0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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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동양대 교수

진중권 동양대 교수

“어제 밖에서 뵈었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오늘 아침 다시 묘역을 찾아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영전에 올렸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야~ 기분 좋다~!!!!’ 라고 하고 계시지요?”

민주당의 김용민 의원이 봉하마을을 방문한 뒤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사진 속의 조화에 달린 리본에는 “내주신 숙제 다 끝냈습니다, 대통령님. 국회의원 김용민”이라 적혀 있었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민주당에서 소비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그의 죽음이 지지자들 마음에 새겨준 원한과 증오는 민주당 의원들의 일용할 양식이었다.

노무현 뜻과 반대로 걸어온 민주당
정작 그는 누구도 원망말라 했건만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로 확대
검찰 없애 얻는 법익 있기나 한가

정작 유가족인 곽상언 의원은 “이분들의 주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뜻, 노무현식 정치와 전혀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 소위 ‘검수완박’을 추진한 적이 없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상징적 수단으로 소비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실제로 인척 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 노 전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더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적어도 그는 염치가 있었다.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이 말은 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이라는 사실을 전들 어찌 모르겠습니까?” ‘피의자로서의 권리’ 뒤로 숨지도 않았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면서는 이런 당부를 남겼다.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그런데 그동안 민주당 정치인들은 노무현의 이름으로 노무현의 뜻과 반대되는 길만 걸어왔다. 노무현은 ‘미안해 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들은 대중의 ‘지못미’ 감정을 조국·한명숙·이재명 등 민주당 인사들의 비리를 정당화하는 방패로 활용해 왔다.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자신을 버리라 했지만, 민주당 인사들은 그를 앞세워 자기들이 추구하던 가치를 수렁에 빠뜨렸다. 노무현은 도덕적 책임 앞에서 피의자 권리를 말하는 것조차 부끄러워했지만, 그들은 아예 형을 받아도 떳떳하기 그지 없다.

노무현은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민주당 인사들은 일부 검사들에 대한 원한을 검찰 조직 전체에 대한 증오로 확대하여 노무현이 남긴 ‘검찰 개혁’의 의제를 원시적인 복수의 감정으로 왜곡해 버렸다. 그 결과 검찰 제도 자체가 폐지됐다.

최근 검찰의 보완수사로 밝혀낸 사건들을 보자. 장윤기 사건, 돌려차기 사건, 영아살인(해든이) 사건, 김창민 감독 폭행치사 사건, 가평 계곡 살인사건, 세종시 집단성폭행 사건 등. 당장 떠오르는 것만 추려도 어마어마하다. 앞으로 이런 사건들은 묻혀버릴 것이다.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국민의 권리는 심각하게 훼손됐다. 경찰 수사를 바로잡는 검사의 역할을 이제는 피해자가 떠안아 변호사를 사서 해결해야 한다. 이를 ‘사법의 민영화’라 비판하니, 서영교 의원의 대답이 가관이다. 국선 변호사를 쓰란다. 이게 ‘농담’이 아니다.

일반 국민이 받게 될 불이익은 분명하다. 반면 검찰을 없애 얻어지는 법익이 무엇일까? 그들이 읊어대는 검찰 권력에 의한 피해 사례는 한명숙, 조국, 송영길, 김용, 이화영, 이재명 등 오로지 민주당 인사들의 사례 뿐. 일반 국민의 예는 한 건도 없다. 결국 민주당의 부패한 정치인들이 검찰 수사를 받지 않도록 애먼 범죄의 피해자들이 대가를 몸으로 돈으로 대신 치르게 된 셈이다.

사실 민주당 의원들도 속으로는 ‘기소권-수사권 분리’를 믿지 않는다. 그걸 진지하게 믿는다면, 공수처와 특검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몰아주겠는가. 결국 수사권-기소권 분리는 자기들을 위한 것이고, 정적에게는 여전히 수사권-기소권의 결합이 특효약이라는 얘기다.

노무현이 생각한 검찰 개혁은 ‘검수완박’이 아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검수완박은 민주당 내에서도 소수 극단적 분자들만의 허무맹랑한 주장이었다. 그게 전당대회를 통해 졸지에 ‘당론’이 되더니, 대통령마저도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굳어져 버렸다.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9.6%가 이 법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국민 대다수의 뜻을 저버리고, 강성 지지층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원한과 복수의 감정이 국가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잡아먹어 버린 것이다.

이 법안에 대체 무슨 ‘법익’이 있을까? 그건 법안을 만든 본인들도 모른다. 그들이 아는 것이라곤 그 법안이 강성 지지자들에게 갖는 정치적 효능 뿐이다. “야~ 기분 좋다~!!!!” 광신자들의 정서적 만족감을 위해 나라를 범죄자들의 천국으로 만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 꼴을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이러지 않았을까? “지옥에나 가시라.”

진중권 동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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