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형사소송법이 10월 2일부터 시행되면 일반 형사사건 대부분은 경찰이 수사를 맡게 된다. 공소청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 직접 수사할 수 없다. 개정 형소법에서는 경찰에 대한 뚜렷한 통제·견제 장치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치안감 이상 경찰 고위 간부에게도 직접 수사가 가능한 사법경찰관 지위를 부여했다. 현실적으로 이들이 수사를 지휘해 온 데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하지만, 고위 지휘부의 부당한 개입 우려도 그만큼 커졌다. ‘검사 동일체’보다 강력한 ‘경찰 동일체’가 작동할 수 있다는 야당의 비판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장윤기 사건은 수사를 경찰 내부에만 맡길 때의 위험을 보여준다. 경찰의 부실 수사와 증거물 폐기 의혹을 보완수사 요구만으로 찾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다른 장윤기 사건이 경찰 조직 안에 묻힌다면 그 피해는 국민이 떠안게 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도 그제(4일) 국무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검찰은 물론이고 경찰도 수사 못 믿겠더라. 이제 경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과연 안전한 것이냐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의 수사권 독점과 비대화를 막을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우려가 컸다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없애는 형소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했어야 옳았던 것 아닌가.
경찰 내부의 상황도 우려스럽다.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추진된 순환 인사 확대와 감찰 강화에 경찰 직장협의회가 삭발 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 비판하던 여권이 경찰의 집단행동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이중적이다.
정부와 국회는 남은 두 달 동안 경찰 권력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보완수사 요구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지 않도록 하고, 부실·축소 수사와 지휘부의 부당한 사건 개입을 막을 실효성 있는 장치를 갖춰야 한다. 법원의 사법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의를 거스르며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없애버렸지만,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합당한 통제·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오롯이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