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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 않은 곳에 도움 필요한 사람들 있어요” 박세업 모로코 1호 한국인 의사

Atlanta

2026.08.0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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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의 버리고 해외 봉사 나서
북아프리카서 결핵 퇴치 결실
애틀랜타 찾아 봉사 노하우 전해
지난 3일 본사를 찾아 인터뷰를 가진 박세업 의사. 소외된 아프리카 빈곤 국가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장채원 기자

지난 3일 본사를 찾아 인터뷰를 가진 박세업 의사. 소외된 아프리카 빈곤 국가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장채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취임한 작년 1월 20일 미국의 모든 해외 원조가 동결됐다. 몇 달 뒤, 분쟁 국가와 빈국에서 60년 이상 기아·질병 퇴치 등 인도적 구호 활동을 해온 국제개발처(USAID)가 공식 폐지됐다. 강대국이 취약한 사람들을 외면했다는 비판 이면에는 자국 내 기아·빈곤 문제 해결의 1차 책임을 지는 NGO가 자생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아프리카에서 3만명 결핵환자를 치료한 외과의사 박세업(64) 씨는 3일 인터뷰에서 “절대적 빈곤 상태에 놓인 지역은 국제사회 도움 없이 생존하기가 어렵다”며 “다만 국제기구, 정부, NGO, 공동체가 동등한 관계에서 각자 역할을 다해야 하는데 현재는 일방향 원조에 의존하다 보니 진정한 의미의 파트너십이 구축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개인병원을 운영하다 2005년 전쟁이 한창이던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났다. 수도 카불의 큐어국제병원 일반외과 과장, 바그람 미군기지 내 한국병원의 병원장을 맡아 주민 치료 및 의료진 양성에 힘썼다. 이후 국제보건의료 비영리 단체인 ‘글로벌케어’의 북아프리카 본부장을 맡아 아프리카 최북단 모로코와 모리타니아에서 지금까지 결핵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구호 전문가다. 정착 11년만인 2022년 의사 면허를 취득하며 한국인 첫 모로코 의사가 됐다.
 
첫 손녀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최근 아들이 사는 미국을 찾은 그는 한인사회 속 다양한 비영리단체를 방문하며 해외 봉사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연방 정부 지원 중단으로 재원 마련이 불안정해진 곳일수록 지역 NGO간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애틀랜타 지역에서만 ‘디딤돌'(노숙인 지원), ‘더숲'(장애아동 교육), ‘시티호프 선교회'(난민 구호) 등을 찾아 현장 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소외된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관심도 촉구했다. 그는 “미 동부에서 비행기로 7시간 정도면 모로코에 도착한다”며 “멀지 않은 곳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글로벌 리더십과 다문화 감수성을 키우는 활동 중 하나로 아프리카 봉사의 가치를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저개발국 구호는 흔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여겨진다. 먼저 의료기술을 보급해 보건 환경이 개선되면 교육 수준을 높이고 직업의 기회, 여성인권, 문화예술 분야 진전이 차례로 일어나야 하는데 그만한 전환을 이뤄낸 나라는 전세계에 몇 없다. 그럼에도 믿는 구석은 커뮤니티의 힘이다. 그는 “처음 모리타니아에서 결핵 퇴치를 시작했을 때 완치율이 77% 정도였는데 17년 정도 지난 지금 이제 95%까지 올랐다. 전염병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되니 어린이 도서관, 학교, 기숙사 등을 짓고 여성들에게 직업 훈련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졌다”며 “더디더라도 신념을 갖고 건강한 공동체를 세우는 데 최선을 다하면 역사 속에서 언젠간 성과가 증명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세업 의사는…
 
안정적인 직업 버리고 아프간으로
밤낮 식사 거르며 12시간 수술 매진
2020년 이태석 봉사상 수상
 
1962년 부산 출생. 1988년 부산대 의대를 졸업한 뒤 경남 마산(현 창원)에서 개원의로 일하며 베트남, 중국, 몽골, 아제르바이잔 등을 매년 1~2차례 방문, 해외 단기 의료 봉사를 했다. 베트남에서 만난 구순열 어린이 환자의 얼굴이 잊히지 않아 결국 2002년 병원을 처분하고 어린 시절 선교사의 꿈을 좇아 온 가족을 이끌고 중동으로 향했다.
 
전쟁이 한창인 아프가니스탄에서 밤낮 식사를 거르며 길게는 열두 시간씩 수술에 매진했다. 현지 최초로 복강경수술을 집도하는 등 첨단 의료기술을 전수했다. 좀 더 많은 사람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2011년 50세에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입학, 국제보건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 의료전문 NGO ‘글로벌케어’의 북아프리카본부장을 맡아 아프리카 최북단 모로코로 향했다. 수도 라바트와 살레 지역에 자리를 잡고 결핵퇴치에 나섰다. 약 복용 여부가 의료진에 자동 통보되는 ‘스마트 약상자’를 개발, 75% 수준이던 복약률을 98%까지 올렸다.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신부이자 의사, 교육자로 활동한 이태석 신부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이태석봉사상을 2020년 수상했다. 2022년 아산사회복지재단으로부터 제34회 아산상과 부상 3억원을 받았으며 2024년에는 한국 정부로부터 국격 제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개발협력의 날’ 기념 국민포장을 받았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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