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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왜 못해?” 핀란드 팩폭…구례 시골학교 기적 낳았다

중앙일보

2026.08.05 13:00 2026.08.06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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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이 되자 교실 문이 열렸다. 전남 구례군 용방면 용방초등학교 아이들은 복도로 뛰어나오지 않았다. 대신 교실 앞 널찍한 공간으로 모였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피아노를 치고, 레고를 만들었다. 술래잡기하며 뛰어다니는 아이도 있었다.

이 학교에는 복도가 없다. 대신 거실이 있다.

교실 문을 열면 길게 이어진 복도가 있어야 할 곳에 집 거실처럼 꾸며진 학습 공간이 펼쳐진다. 교실이 공부하는 방이라면, 거실은 생활하는 공간이다. 아이들은 수업이 끝난 뒤 집에 가기 전까지 거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전남 구례군 용방면에 있는 용방초는 지난해 9월 학교 개축 공사를 마무리했다. 86년 역사의 학교가 되살아났다. 사진 노경 작가

전남 구례군 용방면에 있는 용방초는 지난해 9월 학교 개축 공사를 마무리했다. 86년 역사의 학교가 되살아났다. 사진 노경 작가

배우신(12)군은 “예전 학교에서는 실내화를 안 신으면 혼났는데 여기는 바닥이 따뜻해 맨발로 다닌다”며 “학교가 아니라 집 같다”고 말했다.

지리산 노고단이 내려다보는 이 작은 시골학교는 요즘 전국에서 가장 바쁜 학교 중 하나다. 아이를 보내고 싶은 학부모는 물론 교육청 공무원과 교장, 건축가들이 학교를 보기 위해 구례를 찾는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풍경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1940년 개교해 노후화됐던 용방초는 한때 전교생이 14명까지 줄었던 폐교 위기 학교였다. 학부모들은 아이를 읍내 학교로 보냈고, 학교는 활기를 잃었다. 하지만 2016년 혁신학교로 지정된 이후 학생 수가 늘기 시작했고, 현재 학생 수가 54명이다. 지난해 7월 학교가 완공됐고, 올해 5명이 전학왔다. 학생 수로 보면 구례에 있는 초등학교 10곳 가운데 세 번째로 큰 초등학교가 됐다.

전국에서 해마다 수십 개의 학교가 새 단장을 한다. 그런데 왜 유독 용방초만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학교가 됐을까. 용방초는 학교를 짓는 방식부터 달랐다. 학교 안에 집 네 채를 품었다. 교실 앞에 복도 대신 거실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용방초 전경.  사진 노경 작가

용방초 전경. 사진 노경 작가

용방초 학생들은 초등학교에 다니며 두 번 ‘이사’한다. 입학해서 3학년이 되면 한 번, 5학년이 되면 또 한 번이다. 학교 안에 유치원까지 포함해 집이 네 채 있기 때문이다. 네 채의 집은 도서관과 음악실, 과학실 같은 공용 공간으로 이어진다. 학교 전체가 작은 마을처럼 독립된 집들을 느슨하게 연결하는 구조다.

학교는 아이들이 하루 가운데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다. 그런데 우리는 학교를 너무 오래 ‘교실을 배치하는 건물’로만 지어왔다. 반면에 세계 곳곳에서는 아이들의 생활부터 설계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아이들은 원래 뛰어노는 존재”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옥상을 달리기 트랙처럼 만든 일본의 유치원도 있다.

사실 용방초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거실도, 집 네 채도 아니었다. 건축은 가장 마지막 단계였다. 폐교 직전의 학교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찾는 학교로 바꾼 것은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디귿자 공용공간 주변으로 '배움의 집'이 붙어 있다. 정면의 두 집은 각각 1~2학년, 3~4학년의 집. 사진 노경 작가

디귿자 공용공간 주변으로 '배움의 집'이 붙어 있다. 정면의 두 집은 각각 1~2학년, 3~4학년의 집. 사진 노경 작가


" 한국 교육계는 혁신교육과 학교 건축을 배우겠다며 핀란드를 수도 없이 찾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핀란드에서 되묻더군요. ‘이 정도 왔으면 이제 한국에도 하나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그 말이 참 아팠습니다. 살 만한 나라가 됐는데도 아이들은 여전히 허접한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거죠. (이장규 전 용방초 교장) "

3학년, 4학년 교실과 앞의 거실.  사진 노경 작가

3학년, 4학년 교실과 앞의 거실. 사진 노경 작가


이 학교를 가장 먼저 설계한 사람은 건축가가 아니었다. 학교를 어떻게 짓느냐는 결국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는 질문과 맞닿아 있었고, 남다른 학교를 짓기까지 이 특별한 과정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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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왜 못해?” 핀란드 팩폭…구례 시골학교 기적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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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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