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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여자에게 손해”…비혼 꿈꾸던 그녀들, 이젠 혼인한다 왜

중앙일보

2026.08.05 13:00 2026.08.0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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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추계 웨덱스 웨딩 박람회에서 예비 부부들이 전시된 드레스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7월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추계 웨덱스 웨딩 박람회에서 예비 부부들이 전시된 드레스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직장인 A씨(28·여)는 혼자 살다가 노후엔 친구들과 ‘비혼 타운’ 같은 곳에 단체 입주하겠단 계획을 몇 년 전까지 세웠다. 어릴 적 어머니가 가정을 위해 학업과 하고 싶었던 일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혼은 여자에게 손해다, 결혼하면 내 경력도 끊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3년 전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회사 여자 선배들이 결혼하고 출산한 후에도 직장에 복귀하고, 한직에 보내지거나 승진이 늦어지는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맘이 바뀌었다. A씨는 “결혼을 한다고 꼭 직장생활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는 게 힘은 들어도 결혼 안 한 선배보다 한 선배들이 더 행복해 보인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A씨는 2년 전부터 교제한 연인과 내년 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결혼으로 인한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가 과거에 비해 점차 잦아들면서 혼인율이 반등하고 있다. 특히 경력 단절이나 독박 육아 등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컸고, 실제 주된 피해 계층이기도 했던 30대 초반 여성들의 ‘결혼 공포’가 완화되면서 이들이 오히려 혼인 반등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또한 기혼 여성들의 적극적 사회생활이 동시에 남성들의 결혼에 대한 부담도 줄이고 있단 분석도 나온다.



혼인율 상승 열쇠는 30대 여성에게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혼인 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축은 흔히 말하는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30대 초반 여성이다. 국가데이터처의 ‘여성의 세대별 조혼인율(1000명당 혼인 건수)’ 자료에 따르면 2021년을 기점으로 30~34세(40.8건)의 혼인 건수가 25~29세(38.2건)를 추월했다. 이후 차이가 점차 벌어져 지난해엔 30~34세의 1000명당 혼인 건수가 13.3건 더 많았다.

즉, 이들이 경력 단절 등에 대한 공포를 느끼지 않게 하는 게 혼인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요소다. 실제 혼인율이 반등 중인 최근 몇 년간, 경력 단절을 겪는 30대 여성의 비중은 작아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30대 여성 고용률은 2015년 56.9%에서 지난해 73.1%로 10년 사이 16.2%포인트 증가했다.

부산시가 주최하고 부산 여성문화회관이 주관하는 2024년 부산 여성 취/창업 박람회가 지난 2024년 9월 30일 부산시청 대회의실과 로비에서 열렸다. 송봉근 기자

부산시가 주최하고 부산 여성문화회관이 주관하는 2024년 부산 여성 취/창업 박람회가 지난 2024년 9월 30일 부산시청 대회의실과 로비에서 열렸다. 송봉근 기자

또한 2015년 30대 여성 고용률(56.9%)은 20대(59.4%)보다 2.5%포인트, 40대(65.7%)보다도 8.8%포인트 낮았지만 73.1%를 기록한 지난해엔 20대(62.6%), 40대(68.6%)를 넘어섰다. 한국 여성의 고용률은 전통적으로 20대에 높았다가 결혼·출산하는 30대에 낮아지고 40대에 다시 오르는 ‘M자 곡선’을 그려왔다. 집안일을 하고 자녀를 돌보느라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던 30대 여성이 이젠 결혼 후에도 일터를 떠나지 않으며, 다른 세대보다 더 많이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남성 육아 휴직의 문턱이 낮아져 휴직하는 남성들이 늘어난 것 역시 여성의 육아 부담을 완화하고, 결혼에 대한 반감을 낮추는데 영향을 미쳤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대상자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의 비율은 2015년 0.6%에 불과했지만, 2024년엔 10.2%가 됐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혼이 곧 경력 단절을 의미하던 구조를 깨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난해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 예산을 2020년의 배 이상으로 늘려 4조5564억원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3조4030억원이 투자된 육아휴직급여다. 늘어난 예산에 맞춰 지원 정책도 확대됐다.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육아휴직 대체인력지원금을 기존 월 120만원에서 최대 140만원으로 늘리고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에게 임금 삭감 없이 하루 1시간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했다. 또 남성 출산·육아 휴직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자녀가 태어난 후에만 쓸 수 있던 배우자 출산휴가를 임신 중에도 쓸 수 있게 했다.



‘경단녀’ 공포 줄자 남녀 모두 결혼 의향 ↑

경력 단절에 대한 공포는 줄고 남성의 육아 참여는 늘어나자 30대 여성의 결혼 의향도 그에 맞춰 조금씩 커지는 흐름이 관찰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제5차 결혼·출산·양육 및 정부 저출생 대책 인식조사’에 따르면 30대 여성 중 결혼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지난 3월 55.4%로 2024년 3월 1차 조사 당시 48.4%보다 7%포인트 증가했다.

게다가 여성의 결혼과 일에 대한 인식 변화가 남성들의 결혼 부담 역시 감소시킨다는 분석도 있다. 남녀가 함께 돈을 벌고 재정적 부담도 같이 짊어지게 되면 ‘결혼 후 남성이 온전히 가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공포감도 덜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조사에서 미혼 응답자 중 결혼의향이 있으나 결혼자금에 대한 고민 탓에 결혼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 75.1%, 여성 72.6%로 비슷했다. 2024년 같은 질문에 남성은 82.5%, 여성 63.1%가 결혼자금이 고민이라고 답하며 두 성별 간 차이가 컸지만, 최근 들어선 이에 대한 부담을 남녀 고르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미혼남녀의 결혼의향은 67.4%를 기록해 역시 2년 전 61%보다 6.4%포인트 높아졌다. 결혼정보업체 가연의 전은선 커플매니저는 “요즘은 남녀 상관없이 부부를 경제 공동체로 생각하면서 함께 자산을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홀로 늙기 싫어서…안정 찾아 결혼하는 2030

내년 8월 결혼 예정인 곽규현(31·여)씨와 송지훈(34·남)씨. 사진 곽씨

내년 8월 결혼 예정인 곽규현(31·여)씨와 송지훈(34·남)씨. 사진 곽씨

결혼에 대한 반감이 줄어들자 결혼이 줄 수 있는 장점에 자연스레 주목하게 되는 ‘선순환’ 흐름도 읽힌다. 일상과 노후를 함께할 동반자를 찾고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해 결혼한다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모습이다. 10년 연애 끝에 올해 결혼식을 올린 김모(38·남)씨도 30대 초반까진 결혼 계획이 없었으나 노후에 대한 생각으로 가정을 이룰 결심을 하게 됐다. 그는 “아플 때 혼자 아파야 하고 여가도 배우자나 자녀 없이 홀로 즐겨야 한다는 게 지금 와서 보니 전혀 멋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비혼주의자였던 곽규현(31·여)씨 역시 몇 년 전 생각을 바꿔 내년 8월 결혼을 준비 중이다. 곽씨는 “심리적 안정을 찾고 싶기도 하고, 이 사람과 함께라면 힘든 일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란 믿음 때문에 비혼 생각을 접게 됐다”고 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이런 분위기 덕에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고객층도 젊어지고 있다고 한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에 따르면 신규 가입 회원 가운데 2030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70.8%에서 2022년 70.1%, 2023년 68.8%로 하락했지만 2024년부터 다시 반등해 지난해 70.5%까지 회복했다. 전은선 매니저는 “10년 전만 해도 결혼이 서로를 옥죄거나 청춘을 낭비하는 제도로 생각됐다. 욜로(YOLO)나 비혼이 힙한 것으로 여겨져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며 “반면 요즘은 노후를 잘 대비하고 정서적 안정을 찾기 위해 비혼보다 결혼이 낫다는 생각을 하는 고객이 더러 있다”고 전했다.





이규림.이아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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