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의 혼인율 반등 국면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도시는 대전이다. 대전은 2024년부터 조혼인율(1000명당 혼인 건수)이 전국 1위로 올라섰다. 첨단 기술·제조 기업들이 이전하며 결혼 적령기인 2030세대의 일자리 여건이 좋아진 데다, 수도권보다 낮은 주택 가격과 초혼 부부 대상 결혼장려금 등 정책 효과까지 맞물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웨딩 레버리지(투자 등을 위한 지렛대)’로 자산을 빠르게 늘리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결혼의 이점이 점차 부각되고 반대로 경력 단절 등에 대한 공포는 줄어드는 인식 전환의 국면에서, 일자리와 부동산 가격 안정화까지 더해졌을 때 혼인율이 더 지속적이고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대전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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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이오社도 대전으로…‘호시절’ 돌아간 혼인율
김지윤 기자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대전의 조혼인율은 2024년 5.6건으로 전국 평균(4.4건)을 크게 웃돌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6.1건으로 전국 평균(4.7건)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2023년만 해도 3.6건으로 전국 평균(3.8건)을 밑돌았던 걸 고려하면 극적인 반등을 이룬 상황이다. 지난해 전국 조혼인율은 2019년 수준(4.7건)까지 회복했지만, 대전은 그보다 더 전인 2014년의 조혼인율(6.0건)도 이미 넘어섰다.
대전의 혼인율 상승 배경으로는 청년층의 안정적 소득을 견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졌다는 점이 첫손에 꼽힌다. 2024년 독일 바이오기업 머크가 유성구에 바이오프로세싱 생산센터를 착공했고, 2023년에는 SK온이 원촌동 배터리연구원 시설 확장에 나서는 등 대형 투자가 잇따랐다.
앞서 2017년엔 방산기업 LIG넥스원이 대덕연구개발특구에 ‘대전하우스’를 준공한 뒤 방산·우주항공 분야 고급 일자리를 늘렸고, 글로벌 자동화기기 기업 한국SMC는 지난해 4월 대전에 제2공장을 준공하며 제조 기반을 넓혔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등 연구인프라가 갖춰져 있었던 게 동력이 됐다.
결혼 적령기 청년들을 붙잡아 둘 수 있는 산업 기반이 두터워지자 인구의 흐름도 바뀌었다. 당초 대전은 안정적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과 인근의 세종시 등으로 매년 인구가 1만명 이상 순유출(전입보다 전출 인구가 많은 현상)됐었다. 그러나 2019년 이후 순유출 인구가 매년 줄더니 지난해엔 인구 순유입(2824명) 도시로 전환했다. 대전 토박이인 최모(33·남)씨는 “대전을 떠났던 친구들이 ‘일자리만 있으면 돌아오고 싶다’고들 했었는데 현실이 되기 시작한 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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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도 수월…신축에 결혼 인센티브까지
김영옥 기자
양질의 일자리에 더해, 합리적인 주택가격도 혼인율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좋은 일자리는 수도권에 더 많지만 높은 집값 등으로 이를 체감하기 힘들다”며 “대전은 일자리와 쾌적항 도시 인프라를 누리면서도, 집값이 적당해 가처분 소득을 높게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전 아파트의 매매 중위가격은 1㎡당 378만5000원이다. 전국 중위가격(420만원)보다 낮고, 수도권(717만4000원)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운 수준이다. 한때 인접 지역으로 대전 인구를 흡수했던 세종(677만1000원)의 중위가격보다도 44.1% 싸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주거지가 노후화된 것도 아니다. 대전시에 따르면 2023년 약 5500세대, 2024년 약 1만2700세대 규모 아파트가 새로 공급됐고 지난해에도 약 1만2000세대가 더 생기는 등 신축 아파트 입주가 일정 이상 꾸준히 이뤄졌다. 최근 결혼해 대전에 정착한 이모(33·남)씨는 “부부가 함께 대출을 받으면 큰 부담 없이도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겠단 생각에 결혼 결심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젊은 맞벌이 부부도 양질의 정주 여건을 갖출 수 있단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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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 500만원 정책 지원도
김영옥 기자
여기에 혼인 지원 정책까지 더해지자 혼인율 반등에 가속도가 붙었다. 대전시는 2024년 이후 초혼 혼인신고자에게 부부 합산 500만원의 결혼 장려금을 줬다. 무주택인 청년(만 19~39세) 신혼부부는 전세자금 대출시 이자를 연 2.25% 수준으로 낮춰준다. 역세권 등에 신혼부부 등이 살 수 있는 임대주택(대전형 행복주택)도 6306호를 공급했고, 신혼부부가 자녀를 낳으면 자녀 수에 따라 임대료를 감면하는 제도도 시행 중이다.
이씨는 “결혼을 준비하며 지출이 많아지는 시기 이 같은 지원이 큰 도움이 된다”며 “이런 제도가 생기기 전 일찍 결혼해 너무 아쉽다는 선배들도 많을 정도”라고 전했다. 주혜진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종으로의 유출이 줄어드는 등 대전은 청년 인구 비율이 꾸준히 20%대를 유지하는 영향”이라며 “다만 혼인율이 출생률 제고까지 이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책을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