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장병 사이에서 사이버 도박이 공식 집계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국방부가 이른바 ‘군대판 자진신고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국방부는 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 자료에서 “현재 장병 대상 불법도박 자진신고제 시행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자진신고시 행정·형사책임 감경, 전문기관 연계를 통한 적극적인 회복 지원 등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도입한 도박 자진신고 제도를 군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는 처벌보다 치유와 회복에 무게를 둔 대책이다. 음성화된 도박 문제의 특성상 숨어 있는 도박 중독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내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적발은 소수인데 체감은 ‘만연’
국방부가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군 내 도박 실태가 공식 통계보다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육군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도박 혐의로 군 경찰에 입건된 군인은 모두 313명이다. 간부는 20명, 병사는 293명이었다.
지난해 육군 병력이 32만400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적발 인원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반면 최근 전역한 1997~2004년생 30명을 대상으로 연합뉴스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군대 내 불법 도박을 하는 부대원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17명(56%)이 “그렇다”고 답했다.
‘장병내일준비적금’으로 모은 원금과 이자, 정부 지원금 등 수천만원을 전역과 동시에 찾아 모두 도박 빚을 갚는 데 사용한 병사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대부중개 사이트에도 “한 달에 120만원 받는 상병입니다. 추후 군 적금으로 변제 가능합니다”(대출희망 금액 500만원), “다음달 11일에 군적금 혜택 매칭지원금 750만원이 나와서 바로 상환할 수 있습니다” 등의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국방부가 실시한 군 불법도박 실태조사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이 확인됐다.
불법도박 경험이 있는 장병 52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실시한 결과 80%는 입대 또는 임관 이전부터 이미 불법도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군 불법도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향후 군 불법도박 예방대책 추진 상황, 군 불법도박 발생 추이 및 대내외 여건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조사 실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모든 장병을 대상으로 경제교육 강사를 활용한 금융·경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도박으로 적발된 장병에게는 형사 처벌과 별도로 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연계와 개인회생, 채무조정 등 회복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 의원은 “병사 봉급 인상과 스마트폰 반입이라는 달라진 환경 속에서 발생한 부작용인 만큼 국방부는 원론적 검토에 그치지 말고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음성화된 도박 문제를 해결하려면 확실한 형사책임 감경과 면책 유인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