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그의 아들 에릭 트럼프(가운데), LIV 골프 CEO 스콧 오닐이 지난 5월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LIV 대회 중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자금 지원 중단 결정 이후 존립 위기에 직면했던 LIV 골프가 신규 투자 유치 소식을 전했다. 스콧 오닐 LIV 골프 최고경영자(CEO)는 5일(현지시간) LIV 골프 뉴욕이 열리는 미국 뉴저지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 베드민스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그의 장기적 운용을 담당할 ‘리드 투자자’와 조건 합의서를 체결했으며 이사회 승인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오닐 CEO는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리그를 지속 운용하고, 선수들이 과반 지분을 소유하는 'LIV 2.0'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발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핵심 요소인 투자 주체의 신원과 구체적인 투자 금액 규모가 “비밀 유지”를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적 구속력이 완성되지 않은 조건 합의서만으로 리그의 장기적 재정 안정성을 확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 주체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일가나 관련 사모펀드 자본이 참여했을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거론된다. 이번 발표가 트럼프 소유 코스에서 개최된 데다, 오닐 CEO와 트럼프 측 인사의 연쇄 접촉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투자 주체가 트럼프 가문이라면 선수단 내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브라이슨 디섐보 역시 잔류 및 신규 체제 합류에 한층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디섐보는 트럼프와 친하다. 디 오픈 경기 중 벌타를 받고 “트럼프에 얘기해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 5월 LIV 골프 코리아에 참가한 브라이슨 디섐보.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 측이든 디섐보든 철저한 실리주의 성향이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더욱이 시장에서 트럼프 관련 프로젝트 특유의 과장된 수사에 대한 경계심이 커 추후 위험 요소를 다른 제3의 투자자에게 전가하거나 인수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를 설계하기는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간판 스타들의 잔류 여부도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LIV 골프가 제시한 ‘LIV 2.0’은 기존의 거액 현금 계약 대신 선수들에게 리그 지분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회 상금도 축소되는데, 현금이 아닌 불확실한 지분 모델이 주요 선수들의 계약 연장 조건으로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디섐보는 최근 선수단 회의를 주도하며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2026년 계약 만료 이후의 장기 재계약 체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디섐보가 요구했던 당초 재계약금 수준(최소 5억 달러 규모)을 감안할 때, 축소된 재정 구조 내에서 조건 충족이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IV는 파산 보호 신청 등 법적 절차를 통해 기존 빚을 털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욘 람에 대한 미지급금(약 1억 5000만 달러)을 포함해 기존 부채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파산 보호 절차를 진행하면 선수단과의 법적 분쟁 및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람 역시 향후 거취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디섐보와 람의 잔류 확정 여부를 질의하자, 오닐 CEO는 “남아공에서는 딘 버미스터가, 호주에서는 캠 스미스가 핵심 스타”라며 직답을 피했다.
한편 LIV 골프 측은 대회 수를 축소하고 선수들의 타 투어 출전을 허용하는 방안을 통해 PGA 투어와의 협력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PGA 투어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갈등의 골이 너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