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자산' 위상 흔들려 캐나다 구매 1위, 중국 3위 뉴욕 '인기 톱5'서 밀려 미국인 해외 구매는 증가
해외 투자자의 미국 주택 매입이 19.1% 감소했다. 남가주의 웨스트레이크 빌리지 전경.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해외 투자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 동안 외국인들이 매입한 기존 주택 규모는 453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19.1% 감소한 것으로 협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뉴욕주의 순위 하락이다. 오랫동안 해외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위 5개 주에 항상 포함됐던 뉴욕이 이번에는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대신 뉴저지와 조지아가 새롭게 상위권에 진입했다.
플로리다는 전체 해외 투자자의 20%를 유치해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이 됐다. 이어 가주가 19%, 텍사스가 12%를 차지했다. 뉴저지와 조지아는 각각 4%로 공동 4위에 올랐다.
조사 기간 해외 투자자들이 구매한 미국 주택은 모두 6만7100채였다. 이는 전년의 7만8100채보다 14% 감소한 수치다. 중간 매입 가격은 46만5000달러였다.
국가별로는 캐나다가 전체 거래의 16%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주택을 구매했다. 지난해 거래 금액 기준 1위였던 중국은 거래 건수 기준으로는 3위까지 내려갔다. 예상 밖의 결과다.
보고서를 작성한 NAR의 매트 크리스토퍼슨 비즈니스·소비자 조사 담당 디렉터는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 감소 이유로 무역 정책 변화와 주별 부동산 소유 규정 변화 등을 꼽았다. 이는 최근 뉴욕시 정책에서도 확인된다. 보고서가 발표되기 직전 뉴욕시는 새로 도입되는 피에드아테르 세금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부동산의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100만 달러 이상의 비주거용이거나 세컨드하우스 성격의 부동산 수십만 건의 소유주 이름과 주소가 포함됐다. 데이터 공개가 사실상 개인정보 노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NAR 보고서의 조사 기간은 이 정책을 시행하기 전후 시기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에게는 미국 부동산이 더 이상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라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자산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반면 미국인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열기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NAR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10%는 미국 고객들이 해외 부동산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52%는 전액 현금으로 거래했는데 이는 미국 부동산을 사는 외국인들의 현금 거래 비율인 48%보다도 높았다. 가장 선호한 국가는 멕시코와 포르투갈이었으며 캐나다가 그 뒤를 이었다.
크리스토퍼슨 디렉터는 포르투갈이 이미 주거용 부동산 투자에 대한 골든비자 프로그램을 폐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포르투갈의 인기가 정책 때문이라기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이주하면서 형성된 사회적 분위기와 입소문 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크리스토퍼슨 디렉터는 이런 현상을 “같은 돈으로 해외에서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변화가 자산관리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초고액 자산가들이 미국 밖으로 자산을 분산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씨티 웰스의 달린 패터슨 글로벌 고객 솔루션 책임자는 “미국 고객들이 미국 밖에 자산을 보관하려는 모습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움직임을 미국 탈출이라기보다 선택권 확보 차원으로 해석했다. 많은 고객들이 미국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나 포르투갈,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추가 거주권이나 골든비자를 확보해 국가 정책의 위험을 분산하고 보다 안정적인 정치 환경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씨티 웰스는 '국경을 넘는 자산' 보고서를 통해 2025년부터 2029년 사이 약 3조600억 달러의 자금이 홍콩과 싱가포르, 스위스, 아랍에미리트 등 금융 허브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이민 전문업체 에이펙스 캐피털 파트너스의 누리 캐츠 사장은 34년 동안 세계 부유층의 국제 이주를 도와왔지만 지금과 같은 현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캐츠 사장은 “홍콩과 중국 부유층이 캐나다로 움직이는 것은 봤지만 지금처럼 미국 부유층이 해외 이주를 적극 검토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에이펙스'가 연소득 20만 달러 이상인 미국인 17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1%는 향후 5년 안에 미국을 떠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63%는 해외 자산 분산을 검토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생활비와 세금이 68%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은 정치적 이유가 54%이었다.
'에이펙스'의 조사에서는 해외 이주 희망자의 42%는 유럽을 가장 선호했다. 캐나다는 18%, 카리브해 국가는 16%였다. 캐츠 사장은 앞으로는 카리브해 국가들과 새롭게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아르헨티나가 부유층의 새로운 관심 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