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K컬처에 빠지다] 예술이 피어나는 천 개의 섬

Los Angeles

2026.08.05 20:0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로버트 털리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회장

로버트 털리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회장

프랑스 포경선 나르왈(Narwhal) 호가 1851년 한반도의 남서해안에서 암초에 좌초했다. 선원 한 명이 목숨을 잃었고, 나머지 29명은 가까스로 육지에 올랐다. 그중 9명은 작은 배를 타고 당시 프랑스 영사관이 있던 중국 상하이로 향했다. 무장 구조대를 이끌고 돌아와 남은 선원들을 구출하기 위해서였다.
 
비금도라는 섬에 남은 20명의 선원은 두려움에 떨었다. 조선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어떤 적대적 감정이라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그들이 마주한 것은 적의가 아니라 그들의 따뜻한 미소와 막걸리 항아리였다. 프랑스 선원들은 이에 대한 답례로 샴페인을 내놓았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문화는 각자의 대표적인 술을 나누는 것으로 만남이 시작됐다.  
 
이후 프랑스 영사 샤를 드 몽티니(Charles de Montigny)가 구조대와 함께 도착했을 때도 주민들은 변함없는 환대를 베풀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한 최초의 서양 외교관으로 기록됐다.
 
그리고 175년이 지난 지금, 이 특별한 만남은 전라남도 신안군 비금도에서 매년 ‘샴페인-막걸리 축제’로 기념되고 있다. 이 축제에는 한국인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많은 외국인이 참석한다.
 
19세기 당시 실제 사용되었던 막걸리 항아리 일부는 현재 한국의 국립고궁박물관과 프랑스 국립도자박물관에 전시되어 그 역사를 전하고 있다.
 
비금도는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신안군 군도에 속한다. 이 가운데 111개의 섬은 사람이 거주하는 유인도다. 현재 이 지역은 정부가 추진하는 ‘한 개의 섬에 한 개의 뮤지엄(One Island, One Museum)’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적인 예술의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
 
곳곳의 섬과 바다 위에는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대형 작품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선 올라퍼 엘리아슨, 야나기 유키노리, 박은선, 마리오 보타, 안토니 곰리 등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작가들의 작품이 광활한 자연 속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인터넷을 통해 사진만 보는 것도 좋지만, 직접 그 공간을 걸으며 작품들을 마주할 때 느끼는 감동은 훨씬 더 크다.
 
‘이런 예술은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이곳의 작품들은 단순히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관람객이 자연과 작품 속으로 함께 들어가 하나가 되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모든 사람이 가진 영적 유대감을 깨닫게 한다.  
 
1851년 비금도에서 프랑스 선원들과 조선 사람들이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나누었던 따뜻한 마음, 그리고 오늘날 섬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함께 하는 축제 역시 같은 것이다.  
 
전시 공간은 사계절 내내 개방되어 있지만, 샴페인-막걸리 축제에 참석하고 싶다면 일정을 확인해야 한다. 축제는 매년 늦봄에 열리지만 날짜는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므로 겨울이 되면 미리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일정을 확인하면 된다.
 
물론 이곳은 어느 계절에 찾더라도 좋다. 축제가 끝나 막걸릿잔과 샴페인 잔이 모두 비워진 뒤에도 이 섬에서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축제는 계속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섬과 수준 높은 예술 작품, 그리고 175년 전 낯선 이들을 두 팔 벌려 맞아주었던 사람들의 후손들이 보여주는 따뜻한 환대는 언제 찾아가도 여행자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외국인과 낯선 사람을 기꺼이 맞이하는 그 마음은 요즘 가장 필요로 하는 가치다. 신안의 섬들을 여행한 뒤에는 그 따뜻한 환대의 정신도 함께 마음에 담아 돌아오길 바란다. 그리고 사랑과 이해가 더 필요한 세상에서 그 마음을 다른 사람과 나누어 보기를 바란다.
 
*이 글의 일부는 곧 출간될 로버트 털리의 회고록 『잉크타운(Inktown)』에서 발췌했습니다.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이메일([email protected])/페이스북( Facebook.com/RobertWTurley)

로버트 털리 / 코리안 아트 소사이어티 회장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