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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문지·창비만 ‘스타 작가’ 책 낸다? No!…요즘 뜨는 곳은 여기

중앙일보

2026.08.05 22:08 2026.08.06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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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은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뉴스1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은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뉴스1

최근 한 출판사 관계자는 “박상영 작가의 신작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의 출판사를 보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한 박 작가는 주로 문학동네에서 소설을 내왔다. 『대도시의 사랑법』만 예외인데, 그래도 문학 출판으로 전통이 있는 창비에서 냈다. 반면 이번 신작의 출판사는 래빗홀로, 일부 독자들에겐 낯설 수 있는 이름이다.

문학동네, 창비, 문학과지성사(문지), 민음사만 있는 건 아니다. 문학 출판사 얘기다. 설립된 지 10년이 채 안 됐어도 스타 작가 영입, 신선한 기획, 틈새 시장 공략으로 주목받는 출판사가 최근 늘고 있다. 특히 이들 출판사의 성장세는 국내 장르문학의 인기와 궤를 같이하는 측면이 있다.



스타 작가 영입 ‘래빗홀’

래빗홀은 2023년 인플루엔셜이 설립한 문학 전문 출판사다. 『미움 받을 용기』 등 심리학 서적으로 성공을 거뒀던 인플루엔셜은 종합 출판사로 영역을 넓히기 위해 당시 문학과 아동 도서 브랜드(북스그라운드)를 출범시켰다. 문지에서 일하던 최지인 편집자를 래빗홀의 편집팀장으로 영입했다.

박상영 작가가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권혁재 사진전문기

박상영 작가가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권혁재 사진전문기

래빗홀의 초반 성장세를 견인한 건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 개정판(2023)이다. 『저주토끼』는 2017년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지만, 계약이 만료될쯤 래빗홀이 신작 제안을 했고 정 작가는 신작과 『저주토끼』 개정판 계약을 동시에 했다. 2022년 부커상 후보에, 2023년엔 전미번역상 후보에 오르면서 ‘래빗홀’이 인쇄된 『저주토끼』는 빠르게 팔려나갔다.

출판사들은 래빗홀의 강점으로 ‘스타 작가’를 영입할 수 있는 모회사의 자본력을 우선 뽑는다. 인플루엔셜은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를 운영하고, 강연 사업도 한다. 래빗홀은 다른 출판사에 비해 책 홍보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한 출판사 편집자는 “계약금보다 중요한 게 편집자에 대한 신뢰”라며 “문지 때부터 신뢰를 쌓아온 최지인 팀장을 보고 계약하는 작가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F 저변 넓힌 ‘허블’

허블은 장르문학으로 주목받는 곳이다. 과학 서적을 많이 내던 동아시아 출판사가 2017년 만들었다. 한국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한성봉 동아시아 대표는 과학 서적을 내면서도 문학에 갈증이 있었다고 한다. 허블은 모회사 성격답게 과학 소설(SF)에 특화돼 있다. 출판계에선 “허블이 한국 SF 문학의 저변을 넓혀왔다”고 평가한다.

김초엽 작가가 지난 3일 경기도 고양시 덕은구 블러썸스튜디오에서 장편소설 '태양 아래 올리브' 출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초엽 작가가 지난 3일 경기도 고양시 덕은구 블러썸스튜디오에서 장편소설 '태양 아래 올리브' 출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블의 성장에서 척추 같은 역할을 했던 게 한국과학문학상이다. 2회(2017년) 중·단편 대상 수상자가 김초엽 작가였다. 그의 다른 작품도 그해 가작으로 선정됐는데, 그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다. 40만부 넘게 팔렸다. 2019년(4회)엔 천선란 작가가 『천 개의 파랑』으로 장편 대상을 수상했고, 최근 ‘핫’한 청예 작가도 2023년(6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하며 활동을 본격 시작했다. 요즘 활동하는 주요 SF 작가들을 허블이 처음 발굴한 셈이다.

허블이 최근에 유독 주목받은 건 신선한 기획 때문이다. 허블의 편집자는 “안 해본 것을 시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 사례가 지난해 12명의 시인이 참여한 SF 시집 『뭐 사랑도 있겠고, 인간 고유의 특성』이다. ‘SF 시집’이라고 이름 붙은 국내 첫 작품이다. 지난달엔 『SF 소설×시 세트』를 냈다. 소설가 한 명과 시인 한 명이 짝을 이뤄 SF 소설과 SF 시를 함께 쓰는 형식이다.



IP 판매 강점 ‘안전가옥’

다른 결에서 관심받는 출판사로는 안전가옥이 있다. 지난달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안전가옥은 ‘힙’한 부스로 주목을 받았다. 안전가옥은 기존 출판사와 여러모로 다르다.

스스로를 출판사 대신 ‘콘텐트 프로덕션’이라 부른다. 공포, SF, 미스터리 등 장르소설만 낸다. 편집자라는 호칭 대신 스토리PD라 부른다. 작가의 원고를 받아 출간하기도 하지만, 스토리PD가 먼저 기획해 작가에게 원고를 의뢰하는 경우도 많다. 영화, 드라마, 웹툰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영화제에서 세일즈 행사도 열었다. 안전가옥이 현재까지 영화 제작 등을 위해 판매한 소설 지적재산권(IP)만 25건이 넘는다.

김홍익 안전가옥 대표. 중앙포토

김홍익 안전가옥 대표. 중앙포토

삼성전자와 카카오를 거친 김홍익 대표는 “작품의 영상화를 추진하거나, 수출을 하는 데 우린 더 적극적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출판사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IP 판매에만 집중한다’는 문학 출판 업계의 시각에 대해선 “이야기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도록 적합한 매체를 주도적으로 찾는 것이지, IP가 중요해서 책을 소홀히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안전가옥의 종이책 대표작은 『칵테일, 러브, 좀비』로, 13만부 팔렸다.




윤성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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