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서 활동하는 한인 타투이스트 제이 한(한국명 한상조)씨가 전국 타투 대회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주목받고 있다.
한씨는 지난 7월 열린 ‘2026 포틀랜드 타투 아츠 페스티벌’에서 한국 민화와 수묵화에서 영감을 얻은 호랑이 작품을 출품해 ‘미디엄 블랙앤그레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빌런 아츠가 주최하는 포틀랜드 타투 아츠 페스티벌은 전국을 순회하며 열리는 대규모 타투 축제 가운데 하나다. 특히 미디엄 블랙앤그레이 부문은 실력 있는 전문 작가들이 대거 참가해 경쟁이 치열한 분야로 꼽힌다.
블랙앤그레이 타투는 검은색과 회색을 중심으로 명암과 입체감을 표현하는 기법이다. 그동안 사실적인 인물이나 그리스·로마 조각상, 야생동물 등 서구적 소재와 표현 방식이 주류를 이뤘다.
한씨는 이번 대회에서 전통적인 사실주의 작품 대신 한국 민화와 수묵화의 표현 기법을 담은 대형 호랑이 작품으로 경쟁에 나섰다. 역동적인 구도와 붓의 흐름, 회화적 움직임을 강조한 이 작품으로 블랙앤그레이 부문 1위에 올랐다.
한씨는 한국에서 전통 동양화를 전공한 뒤 타투를 주요 예술 매체로 삼았다. 한국 수묵화와 민화의 붓놀림과 구도, 여백을 현대적인 블랙앤그레이 타투 기법에 접목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사진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붓의 리듬과 움직임, 감정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씨는 “내 목표는 현실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었다”며 “한국 전통회화는 붓질 하나하나를 통해 움직임과 리듬, 감정을 담아낸다. 이러한 예술 원리가 타투에서도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민화에서 영감을 받은 호랑이 작품으로 블랙앤그레이 부문에서 우승했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며 “한국의 예술적 전통도 세계적으로 확립된 타투 양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씨는 이번 대회에서 수상한 데 이어 공식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해 다른 전문 타투이스트들의 출품작을 평가했다. 한 대회에서 수상자와 심사위원으로 동시에 이름을 올린 것은 그의 예술성과 전문성을 타투 업계에서 인정받은 결과라는 평가다.
앞서 한씨는 지난 2월 열린 ‘2026 타코마 타투 엑스포’에서도 ‘스몰 블랙앤그레이’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서로 다른 전문 심사위원단이 평가한 두 대회에서 연이어 입상하며 작품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시애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씨는 국내외 고객을 대상으로 대형 맞춤형 타투를 제작하고 있다. 작품 소재는 한국과 일본의 전통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구도를 비롯해 야생동물과 신화 등으로 다양하다.
한씨는 “모든 문화에는 고유한 예술 언어가 있다”며 “수백 년 동안 종이와 비단 위에 존재했던 한국 수묵화의 전통을 타투를 통해 인간의 몸이라는 새로운 화폭에 옮기고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