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은행권에 따르면 인천시는 이날 내년부터 2030년까지 4년 간 ‘시(市) 곳간’를 맡길 공공금고 입찰 공고를 냈다. 주요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금고는 안정적인 예금 기반을 확보하고, 기업·개인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커 은행들이 전략적으로 공을 들인다.
이번 입찰에서는 약 17조원 규모의 인천시 재정을 관리할 제1·2금고가 선정된다. 제1금고는 일반회계와 기금을, 제2금고는 특별회계 등을 맡아 운영하게 된다. 은행권에선 20년 가까이 인천시 제1금고를 맡아온 신한은행과 인천 청라국제도시로 본사를 이전하는 하나은행 간 경쟁 구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본사 이전에 따른 지역 밀착 전략을 앞세워 '터줏대감' 신한은행에 도전장을 낸 격이다.
최근 지자체·공공기관 금고를 둘러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5월 지자체 규모 1위인 서울시 제1·2금고 입찰엔 신한, 우리, KB국민(2금고), 하나은행(2금고) 등 주요 4대 은행이 모두 뛰어들었다. 100년 넘게 서울시금고를 맡아왔던 우리은행은 지난 2018년 입찰에서 신한은행에 제1금고를 내준 뒤 올해 탈환을 노렸지만, 이번에도 신한은행이 선정됐다.
은행별 주요 광역지자체 금고
은행권에 따르면 금고 운영 수익 자체만 보면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평가가 많다. 입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지자체에 지급하는 출연금과 협력사업비 등으로 수십 억원에서 많게는 수백 억원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운영 과정에서도 수납·전산 시스템 구축과 인력 운영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금고 경쟁에 나서는 이유는 안정적인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지자체 세금과 공공기관 운영자금, 각종 기금 등이 은행에 예치되면서 은행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특히 서울시나 인천시처럼 수 조원 규모의 자금이 들어오면 자금 조달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고는 단순히 예금을 유치하는 차원을 넘어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며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일정 규모의 자금이 꾸준히 유지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 지자체나 공공기관과 거래를 시작하면 산하기관과 출연기관, 지방공기업 등으로 거래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 고객 확보 효과도 크다. 공무원 급여이체와 법인카드, 공과금 수납 등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급여통장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이후 카드와 예·적금, 대출 등 다른 금융상품으로 거래가 확대되는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대형 지자체나 공공기관 금고를 맡는 것 자체가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시중은행의 금고 경쟁이 최근엔 지방까지 확대되면서 지방은행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3일 광주은행과 전북·부산·경남·제주은행·IM뱅크 등 6개 지방은행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금고 선정 과정에서 지역단위농협 실적이 NH농협은행 실적으로 반영된 데 반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