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민석(오른쪽), 정청래 당대표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차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대표 후보로 출마한 송영길·정청래·김민석 후보의 ‘파묘(破墓) 전쟁’ 수위가 걷잡을 수 없이 강해지자, 민주당 내에서도 6일 “기둥 뿌리 뽑을 것이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친노무현계’ 핵심 윤건영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당장 오늘 이기기 위해 모든 걸 쏟아붓는, 집안 기둥 뿌리까지 뽑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8월 17일 전대 이후를 좀 봤으면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친명계 김영진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세 사람 다 민주당에서 정치를 30년 정도 하다 보니 시기 시기 정치적 선택과 판단을 했고, (그 중에선) 실수도 많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도 “당 대표 선거가 칼로 물 베기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파묘’로 깊어진 감정의 골로 인한 전대 뒤 당의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5선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누구든 ‘파묘 전문가’는 당원과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미래로 가는 전당대회”를 촉구했다.
이같은 우려가 나오는 건 후보들 사이에서 갈수록 과열되는 ‘과거사 들추기’ 경쟁이 도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민주당 당권주자들이 격돌한 2차 공식 토론회(KBS 주관)에서 정 후보는 “김 후보가 2002년도 노무현 대통령을 배신하고 정몽준으로 날아간 경험이 있다”며 “4년 전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이 대통령에게 돌리며 공격하는 인터뷰를 한 것을 보고 ‘또 병이 도졌나’ 이렇게 생각했다”고 날을 세웠다. 김 후보가 6·3 지방선거 서울·평택 등 패배를 고리로, 당시 대표였던 정 후보 책임론을 부각하자 김 후보의 과거 이력을 꺼내 반격한 것이다.
그러자 김 후보는 5년 전 정 후보가 휩싸였던 ‘봉이 김선달’ 논란을 소환했다. “정 후보는 2022년 대선 국면에서 ‘봉이 김선달’ 발언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당시 대선 후보로 출마한) 선거를 어렵게 만들어 탈당을 권유받고도 자리를 지켰다. 무엇이 더 배신이고 의리가 없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정 후보가 5년 전 국정감사에서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가 통행세나 다름없다며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불교계의 반발을 샀던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김민석(왼쪽)·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26.08.05.
0.99%포인트 박빙 승부 중인 두 후보는 이처럼 전대 초반부터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전 정치 이력을 소환해 서로를 향한 공격 소재로 삼고 있다. 양 캠프 내부에서도 파묘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수도권 의원은 “김 후보는 대통령과 이 정권을 이끈 경험을 내세워 포용하는 큰 정치를 보여줘야 하는데 마치 후발주자처럼 전선을 세게 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김 후보가 지난 1년 정 후보 탓에 ‘명청대전’이 있었다는 식의 프레임을 자꾸 강조하니 정당방위 차원에서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각각 국무총리와 민주당 대표이던 지난 1년 말과 행동도 상호 비난의 대상이다. 지난 5일 토론회에서 김 후보는 정 후보를 향해 “정부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5월 매듭) 입장을 당에 알렸으나 당시 당이 미뤘다”며 정 후보 책임을 부각하자, 정 후보는 최근 논란이 되는 상장지수펀드(ETF) 관련해 “ETF로 엄청나게 멘붕이 왔고 피해자가 많은데 (도입 당시 국무총리였던) 김 전 총리가 사과 한마디 안 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세 후보는 6일 일제히 호남 당심잡기에 집중했다. 김 후보는 전남 순천·장흥·목포를 찾아 당원을 만났고, 정 후보는 호남향우회 경기지부와 정책 간담회를 진행했다. 송 후보는 전남 해남과 광주를 찾았다. 이번 전대를 좌우할 권리당원 민심의 향방이 드러날 거라 관측되는 호남권 순회경선은 15일 열린다.